해상 사고로 가족이 실종되면 시신 확인 전이라도 인정사망이나 실종선고로 사망을 처리해 상속과 보험금 청구를 시작할 수 있다. 선원의 재해는 산재보험이 아니라 선원법이 규율해 행방불명·유족보상이 먼저 나오고, 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선주책임제한 탓에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유가족은 선원수첩·급여명세·사고 경위서 같은 초기 자료를 확보하고 선원법 보상과 손해배상의 청구 순서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가족이 해상 사고로 실종되면 "사망이 확인돼야 아무것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그렇지 않다. 우리 법은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도 사망을 처리하는 두 갈래 길을 두고 있고,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상속과 보험금 청구 시점이 크게 달라진다.
첫째는 인정사망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재난으로 사망이 확실시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조사한 관공서가 시·읍·면장에게 사망을 통보하도록 정한다. 선박 사고라면 수색과 조사를 맡은 해양경찰이 그 통보를 하게 된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어도 정황상 사망이 명백하면 이 통보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이 기록되고, 상속과 보험금 청구가 열린다.
둘째는 실종선고다. 정황만으로 사망을 단정하기 어려울 때 쓰는 절차다. 민법은 선박 침몰처럼 사망 위험이 큰 사고, 곧 특별실종의 경우 1년만 생사가 불분명해도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생사가 5년간 불분명해야 하는 일반 실종보다 크게 앞당긴 특례다. 배우자나 상속인 같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가 가정법원에 청구하며, 선고가 확정되면 위난이 종료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그때부터 상속과 생명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진다.
정리하면 사고 정황이 사망을 강하게 뒷받침할수록 인정사망으로 빠르게 처리되고, 그렇지 않으면 실종선고라는 시간이 걸리는 길로 간다. 이 차이를 먼저 아는 것이 이후 모든 청구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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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가 배에서 일하던 선원이라면 순서상 선원법이 가장 먼저 작동한다. 육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달리 선원의 재해는 선원법이 따로 규율하기 때문이다.
선원법은 선원이 해상에서 행방불명되면 피부양자에게 통상임금 1개월분과 평균임금 3개월분을 먼저 지급하도록 한다. 행방불명이 1개월을 넘기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 유족보상과 장제비를 지급한다. 이 보상은 선사의 고의나 과실을 따지기 전에 나오는 성격이라, 유가족이 초기에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다음이 선사와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다. 선박 충돌이나 전복으로 사람이 숨지면 상법의 해상 관련 규정이 적용되고 선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상법은 선주가 일정 한도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선주책임제한 제도를 두고 있어, 실제 배상액이 청구액에 못 미칠 수 있다. 배상은 대개 선주가 가입한 선주배상책임보험(P&I)에서 지급된다.
여기서 판단이 갈린다. 선원법 재해보상은 비교적 빠르지만 정액에 가깝고, 손해배상은 액수가 클 수 있으나 과실 입증과 책임제한 다툼으로 시간이 걸린다. 사고 원인이 선사 측 과실로 좁혀지는 정황이라면, 재해보상을 먼저 받으면서 손해배상을 병행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경황이 없는 시기지만, 초기에 확보해 두면 이후 청구가 한결 수월해지는 자료가 있다.
2026년 9월 부산 앞바다 예인선 사고처럼 선원의 국적이 여러 나라에 걸치면 절차는 더 복잡해진다. 초기에 서류를 모아 두고, 선원법 보상과 손해배상 중 무엇을 어떤 순서로 청구할지 해양·노동 사건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