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위법하게 행사하고 그 결과 상대가 실제로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를 침해당해야 성립한다. 대법원은 이 두 요건을 별개로 보아, 부당한 지시였더라도 결과가 없으면 유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의혹 보도를 볼 때는 문제 된 행위가 직무 권한 안의 일인지, 실제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나눠서 확인해야 한다.

공직자 논란이 터질 때마다 "직권남용" 세 글자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는 행동이 부적절하거나 특혜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처벌되려면 두 조건이 함께 채워져야 한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위법하게 행사했을 것, 그리고 그 결과로 누군가 실제로 의무 없는 일을 했거나 권리행사를 방해받았을 것이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KATRIN BOLOVTSOVA
흔한 오해는 지위를 이용한 특혜와 직권남용을 같은 것으로 보는 데서 나온다. 직권남용은 말 그대로 자기 손에 쥔 직무 권한을 부당하게 휘두르는 행위다. 대법원은 이를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형식적으로는 직무집행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애초에 그 사람의 직무 권한에 없는 일이라면 직권을 '남용'할 대상 자체가 없다. 공항 귀빈실을 이용했다는 의혹은 특혜나 청탁으로 다툴 여지는 있어도, 이용자가 공항 운영 직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직권남용죄의 틀과는 결이 다르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고발도 이런 성격에 가깝다.
두 번째 조건이 재판에서 승패를 가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사건에서 직권남용죄를 "직권의 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두 단계로 나누고, 둘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핵심은 두 요건이 별개라는 데 있다. 지시가 위법·부당해 직권남용에 해당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지시받은 상대가 공무원인 경우 기준이 분명하다. 그가 한 일이 자기 직무 범위 안에 있고 법령이 정한 기준이나 절차를 어긴 것이 아니라면,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 윗선의 지시가 부적절했더라도 아랫사람이 규정 안에서 움직였다면 이 죄로는 처벌이 어렵다.
뉴스에 "고발됐다"는 말이 나와도 그 자체는 처벌이 아니다. 시민단체나 개인이 고발하면 경찰·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혐의가 인정될 만하면 기소한다. 이후 1심부터 대법원까지 앞의 두 요건이 모두 입증돼야 유죄가 확정된다. 정치적 국면에서는 고발이 압박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잦아, 고발 건수보다 실제 기소·유죄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직권남용 의혹'이라도 결말이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다음을 순서대로 짚어보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네 가지가 모두 채워질 때 직권남용죄는 처벌로 향한다. 하나라도 비면 여론이 들끓어도 법정에서는 무죄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의혹 보도를 볼 때 '부당해 보이는가'가 아니라 '이 요건들이 채워졌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게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