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임플란트 치과에서 8개월 새 마취 관련 사망이 두 건 발생하며 시술 중 의료사고의 배상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배상은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가능하고, 이는 의료중재원이나 법원의 감정이 사실상 가른다. 처벌을 다투는 형사와 배상을 다투는 민사는 별개 트랙이며, 유족은 사고 직후 진료기록 사본 등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과정을 좌우한다.
서울 강남의 한 임플란트 치과에서 8개월 사이 두 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70대 여성에 이어, 올해 8월에는 시술 중이던 60대 남성이 심정지로 사망했다. 두 사례 모두 마약류 진정제와 국소마취제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런 사고에서 유족이 배상을 받는 길은 크게 둘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관문은 같다.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이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Photo by Beatriz Pérez Moya on Unsplash
문제는 이 입증이 환자 측에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의료 행위의 판단은 전문 영역이고, 핵심 자료인 진료기록은 병원이 쥐고 있다. 그래서 원칙상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환자 측에 있지만, 실제로는 제3자의 의학적 감정이 사실상 승패를 가른다.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감정단이 사실 조사를 거쳐 인과관계와 과실 유무를 판단한다. 조정이 개시되면 90일 안에 결정이 나오는 것이 원칙이다. 소송으로 가면 법원이 지정한 감정 절차를 거친다. 유족이 직접 과실을 입증한다기보다, 전문 감정이 과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얼마나 갖췄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법원은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있는 행위를 밝히고 그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면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판단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라, 근거 자료 없이는 어느 쪽도 장담하기 어렵다.
유족이 자주 혼동하는 지점이 여기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의 절차로, 목적이 다르다.
형사는 의료진을 처벌할지를 가린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한다. 반면 배상금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에서 다툰다. 형사에서 유죄가 나와도 배상은 별도로 민사소송이나 조정을 거쳐야 하고, 반대로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도 민사에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둘은 동시에 진행할 수도, 따로 진행할 수도 있다. 형사 고소로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가 민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함께 검토하는 편이다.
무엇을 증명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을 언제 확보하느냐다. 시간이 지나면 자료가 사라지거나 정리되기 어렵다. 사고 직후 다음을 챙겨두는 것이 이후 전 과정의 토대가 된다.
기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의료중재원 조정·중재는 사고 행위가 끝난 날로부터 10년,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신청해야 한다. 자료를 갖추고 기한 안에 움직이는 것이 배상 절차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