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의 잔혹성,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이라는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피의자의 얼굴·이름·나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대상 범죄가 살인·조직폭력·마약 등으로 넓어지고 재판 단계 피고인까지 포함되면서, 공개 여부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요건 판단에 달리게 됐다. 공개가 결정돼도 피의자는 5일 이상 유예기간과 행정소송·집행정지로 다툴 수 있어, 발표 시점과 실제 공개 시점을 구분해 봐야 한다.

강력범죄 뉴스에서 어떤 피의자는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고 어떤 피의자는 그렇지 않다. 이 차이를 가르는 것은 2024년 1월 25일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다. 이 법은 수사기관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할 때만 공개할 수 있도록 못박았다.
첫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둘째, 피의자가 그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셋째,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범죄 예방 같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해야 한다. 세 요건은 함께 걸린다. 증거가 충분해도 공익 필요성이 약하면 공개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미성년자는 요건과 무관하게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요건이 겹겹이 걸린 이유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공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의 얼굴을 드러내는 만큼, 법은 판단 권한을 개별 수사관이 아니라 위원회의 심의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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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로 한정돼 있었다. 이 법은 그 울타리를 크게 넓혔다. 내란·외환, 폭발물 사용, 중상해와 특수상해, 살인, 아동 대상 성범죄, 조직폭력, 마약 범죄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더 큰 변화는 시점이다. 예전에는 수사 단계의 피의자만 공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도 공개 대상이 된다. 공개되는 정보는 얼굴, 성명, 나이 세 가지다. 얼굴은 이른바 머그샷으로, 공개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에 30일간 게시한다. 피의자가 촬영을 거부해도 강제로 찍을 수 있다는 점이 종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공개 여부는 수사관 개인이 아니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꾸리고, 심의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준다.
최근 결정 사례를 보면 판단 요소가 반복된다. 시신 훼손이나 유기처럼 수법이 잔혹한지,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정도인지, 신원 확인 증거가 명확한지가 공통으로 등장한다. 2024년 11월 강원경찰청은 부대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북한강에 유기한 38세 영관급 장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 신상공개 제도가 생긴 뒤 군인 신분 피의자가 공개된 첫 사례였다. 수법의 잔혹성과 증거의 명확성이라는 두 축이 함께 인정된 경우다.
공개가 결정됐다고 해서 그날 바로 얼굴이 뜨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이 기간에 피의자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앞의 장교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이의를 신청해 공개가 며칠 뒤로 미뤄졌다. 여기에 더해 법원에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가 더 늦춰질 수 있다. 뉴스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됐다"는 발표를 봤다면, 실제로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는 시점은 그보다 뒤라는 점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결정과 실제 공개 사이에는 유예와 불복 절차라는 시간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