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가 분류하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사형이 선고·확정돼도 법무부 장관의 집행 명령이 나오지 않아 확정자 50여 명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사형은 원칙적으로 가석방이 없어, 20년 복역 후 심사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과 여기서 갈린다. 뉴스에서는 검사의 구형, 판사의 선고, 대법원의 확정을 구분해 읽는 것이 사건을 오해하지 않는 기준이다.

흉악범죄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곧 형이 집행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형 선고와 실제 집행은 사실상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흉악범 23명에 대한 교수형이었다. 그 뒤로 30년 가까이 단 한 건의 집행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를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07년부터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형제가 법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법전에는 그대로 남아 있고 법원은 지금도 사형을 선고한다. 다만 집행이 멈춰 있을 뿐이다.

Sora Shimazaki
선고와 집행 사이에는 넘어야 할 절차가 하나 있다. 형사소송법상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명령이 있어야 집행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집행을 명령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겼다고 처벌받는 규정이 아니다. 실제로는 역대 장관들이 이 명령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형이 확정된 사람은 형이 집행되기를 기다리는 상태로 구치소에 수용된다. 형이 시작된 것도, 끝난 것도 아닌 채로 시간이 흐르는 셈이다. 현재 이렇게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 확정자는 50명이 넘는다.
집행이 없다면 사형과 무기징역은 같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실질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맞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가석방 가능성이다.
무기징역은 20년 이상 복역하고 뉘우침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 10년이던 요건이 20년으로 높아졌고, 실제로 풀려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제도상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 반면 사형은 원칙적으로 가석방이 없다. 집행이 멈춰 있어도 사형수는 감옥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나올 길이 사실상 없다.
이 간극이 애매하다는 지적 때문에, 가석방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뉴스를 정확히 읽으려면 세 단계를 나눠 봐야 한다.
첫째는 구형이다. 검사가 재판부에 "이 정도 형이 마땅하다"고 요청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의견이다.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다는 소식이 곧 사형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사형이 구형됐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적지 않다.
둘째는 선고다. 판사가 실제로 정하는 형이다. 다만 1심 선고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도 아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돼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셋째는 확정이다. 대법원까지 다툼이 끝나야 형이 확정된다. 즉 어떤 사건에서 '사형 구형'이라는 제목을 봤다면, 그것은 재판의 출발선에 가깝지 결론이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사형이 선고되고 확정되더라도, 한국의 현재 관행에서 그것은 죽음의 집행이라기보다 나올 수 없는 무기한 수감에 가깝다. 뉴스에서 사형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그 단어가 구형인지 선고인지 확정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사건을 오해하지 않는 첫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