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장관 후보 사퇴를 부른 탄원서를 두고 무고죄 논란이 일지만, 무고죄는 문서 이름이 아니라 담긴 내용과 낸 사람의 인식으로 갈린다. 형사·징계 처분을 노린 허위 사실을 권한 있는 공무소에 신고하고 그 거짓을 알았다면 청와대에 낸 탄원서도 무고죄가 될 수 있다. 다만 정황 과장이나 진실로 믿은 경우는 성립하지 않으니, 넣는 쪽은 핵심 사실의 진위를 당한 쪽은 무고죄와 명예훼손 중 무엇이 현실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탄원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는 문서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낸 사람의 인식으로 갈린다.
법무부 장관 후보였던 김승원 의원은 2026년 9월 19일 자진 사퇴했다. 전직 보좌진이 작성했다는 탄원서가 이틀 전인 17일 청와대에 전달됐고, 성추행·음주운전 등 의혹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김 의원 측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며 온라인에 퍼진 허위·조작 정보의 제작·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실무근'이라는 반박과 법적 대응 예고가 맞붙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흔히 무고죄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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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를 규정한 형법 제156조는 문서의 명칭을 따지지 않는다. 타인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하면 성립한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핵심은 '신고를 받는 곳'이 그런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느냐다. 정부의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대상 기관은 형사·징계 권한을 직접 가진 곳뿐 아니라, 지휘·이첩을 통해 그 권한자에게 사건이 닿을 수 있는 기관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대통령 앞으로 형사처분을 노린 진정서를 낸 경우 무고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청와대에 낸 문서라고 해서 무고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처분 권한이 전혀 없는 단체의 장에게 낸 문서는 무고죄가 되지 않는다.
무고죄가 실제로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채워져야 한다.
첫째,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해야 한다. 판단 기준은 전체 분량이 아니라 그 범죄의 구성요건과 관련된 핵심 내용이다.
둘째, 상대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문서가 권한 있는 공무소에 닿아야 한다.
셋째, 낸 사람이 그 사실이 거짓임을 알았어야 한다. 확정적으로 알았을 때뿐 아니라, 진실이라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밀어붙인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당한 쪽이 "사실무근"이라고 외쳐도 그것이 곧 상대의 무고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신고 내용이 다소 부풀려졌더라도 그것이 '정황의 과장'에 그치면 무고죄로 보지 않는다. 일부에 거짓이 섞였어도 그 부분이 전체 범죄의 성립 여부를 뒤집을 정도가 아니면 마찬가지다. 죄명을 잘못 붙였거나 법적 평가가 틀린 경우, 낸 사람이 진실이라고 믿고 신고한 경우도 무고죄가 아니다.
그래서 무고죄는 입증이 까다롭다. 핵심 사실이 객관적으로 거짓이라는 점과, 낸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함께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승원 의원 사례도 탄원서 내용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고 무고 고발이 이뤄졌는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무고죄 성립은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
탄원서나 진정서를 넣으려는 쪽이라면, 핵심 사실이 확인된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근거 없이 범죄 혐의를 적어 권한 있는 기관에 보내면, 상대가 처분을 받지 않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여기에 같은 내용을 온라인에 퍼뜨렸다면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까지 겹친다.
반대로 허위 문서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면, 무고죄 하나만 노리기보다 카드를 나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무고죄는 상대의 '고의'까지 입증해야 하지만, 문서나 게시물이 자신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는 점을 다투는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상대적으로 다투기 쉬운 국면이 있다. 특히 원본을 넘어 가공물이나 조작 정보가 퍼진 경우엔 유포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리하면, 탄원서는 이름이 무엇이든 그 안에 담긴 거짓과 낸 사람의 인식에 따라 무고죄가 될 수 있는 문서다. 넣기 전에도, 받은 뒤에도 확인해야 할 것은 같다. 무엇이 사실로 확인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