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피해자도 2026년 6월부터는 신종 피싱 신속 계좌 임시정지 대상이 되어 최대 72시간, 이후 최대 60일까지 계좌를 묶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지급정지는 계좌에 남은 잔액만 보전하는 절차여서, 인지 직후 지급정지·경찰 신고·증거 보존을 얼마나 빨리 함께 진행하느냐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한다. 돈이 가상자산이나 해외 거래소로 넘어갔는지, 국내 경유 계좌와 상대를 특정할 단서가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에게 돈을 보낸 뒤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면, 감정을 추스르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상대에게 환불을 요구하거나 따지는 순간 계좌의 돈은 대개 이미 빠져나간다. 지급정지는 남아 있는 잔액만 묶을 수 있는 절차라서, 실제로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다.
인지 직후 해야 할 네 가지는 사실상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추가 송금을 멈추고, 돈을 보낸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대화와 송금 내역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하루 이틀 미루면 그만큼 잔액이 인출될 시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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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해도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재화 공급이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를 지급정지 대상에서 빼두었기 때문에, 투자나 연애를 빙자한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신속 정지가 어려웠다.
이 벽이 2026년에 낮아졌다. 금융위원회는 그해 5월 말, 노쇼사기·로맨스 스캠·투자사기 같은 신종 피싱도 신속하게 계좌를 임시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6월 하순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법을 바꾼 게 아니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특정금융정보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구조는 두 단계다. 의심 계좌를 우선 최대 72시간 임시정지하고, 이후 사기로 판정되면 최대 60일까지 추가로 묶는다.
다만 지급정지를 신청했다고 끝이 아니다. 피해구제를 신청한 날부터 3영업일 안에 관련 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신청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처리된다. 급해서 전화나 구술로 먼저 접수했더라도 서류 보완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경찰 신고는 112 전화나 경찰서 방문으로도 되지만,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 ecrm.police.go.kr)에서 온라인으로도 접수할 수 있다. 신고할 때는 상대 연락처, SNS·메신저 ID, 상대가 알려준 계좌번호, 피해 경위를 정리한 자료를 함께 내는 편이 수사 착수를 앞당긴다. 지급정지가 '돈을 묶는' 절차라면, 신고와 고소는 수사기관이 계좌를 추적하고 자료를 보전하도록 만드는 절차다. 두 가지는 목적이 다르므로 하나로 대신할 수 없다.
가해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로맨스 스캠 회수를 어렵게 만든다. 돈이 국내 계좌에 잠시 머문 뒤 가상자산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면, 그 시점부터 추적과 회수는 급격히 어려워진다. 반대로 국내 은행 계좌를 거쳐 갔고 그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다면 보전 가능성이 있다.
가해자 본인을 잡기 어렵더라도 회복 통로가 완전히 막히는 건 아니다. 돈이 거쳐 간 국내 계좌의 명의자, 이른바 인출책이나 모집책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상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관건은 계좌번호·전화번호·SNS ID처럼 상대를 특정할 단서가 남아 있느냐다.
고소장을 준비할 때 흔히 상대의 실명이나 정체를 밝히는 데 매달리지만, 로맨스 스캠은 애초에 신원이 가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소장에는 '누가 속였나'보다 '어떤 말 때문에, 언제, 얼마를 어느 계좌로 보냈나'가 먼저 드러나야 한다.
챙겨야 할 증거를 정리하면 이렇다.
상대가 계정을 지우거나 차단하면 이 자료들도 함께 사라진다. 따지기 전에, 설득하기 전에, 먼저 저장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회수가 보장되는 사건은 아니지만, 인지 첫날의 움직임이 남은 가능성의 크기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