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LG화학·OCI 등 석유화학 7개사의 PVC·가성소다 등 8개 품목 가격 담합을 역대 최대 15조원 규모로 특정하고 경영진 8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정위 과징금이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담합 피해자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실손해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담합 품목이 산업용 중간재여서 최종 소비자가 직접 배상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과거에도 실제 배상은 대부분 원료를 사들인 중간 기업 몫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9월 14일 김유신 OCI 대표와 장영수 전 PKC 대표 등 8명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특정한 담합 규모는 15조원 이상으로, 지금까지 수사된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다.
혐의를 받는 곳은 LG화학,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7개사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품목의 가격 인상을 사전에 맞췄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은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진 틈을 타 시장 질서를 흔들며 수조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본다.
여기서 짚을 대목이 있다. PVC나 가성소다, 염산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직접 사는 물건이 아니다. 플라스틱, 세제, 건축자재 같은 최종 제품의 원료다. 담합으로 오른 원가는 결국 제품 가격에 얹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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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 자체는 있다. 공정위 과징금과 검찰의 형사처벌은 국가가 가하는 제재다. 이와 별개로 담합으로 손해를 본 사람은 담합 기업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 같은 위반 행위에 실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두고 있다. 손해액은 보통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경쟁가격'과 '실제 지불한 가격'의 차액으로 계산한다.
문제는 입증이다. 소송을 걸려면 내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회계자료나 거래기록으로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원료 담합이 최종 제품 가격을 정확히 얼마 올렸는지 개인이 특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배상 사례를 보면 방향이 보인다.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삼립식품은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1·2심에서 이겨 약 14억6000만원을 배상받았다. 재판부는 담합가와 정상가의 차액이 곧 손해라고 봤고, 나중에 제품값을 올려 손해를 메웠더라도 배상액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교복 가격 담합에서도 이중차분법으로 손해액을 계산해 배상이 이뤄졌다.
다만 두 사례는 성격이 다르다. 밀가루 담합에서 배상받은 건 원료를 대량 구매한 '기업'이었다. 거래기록이 명확해 손해 입증이 가능했다. 반면 최종 소비자가 직접 배상받은 경우는 교복처럼 소비자가 그 물건을 직접 산 사례에 가깝다.
이번 석유화학 담합은 전자에 가깝다. 개인이 PVC를 직접 산 게 아니라서, 배상을 노린다면 원료를 사들인 중간 제조·유통 기업이 소송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국에는 소비자가 피해를 한꺼번에 회복하는 일반적 집단소송 제도가 없어, 소액 다수 피해는 개별 소송으로 다투기 어렵다.
담합 피해 배상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최종 소비자에게는 문턱이 높다. 개인이라면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만약 해당 원료를 직접 구매한 사업자라면 거래기록을 확보해 두는 편이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