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서울중앙지법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특검의 구형은 13년이었다. 구형은 검사가 원하는 형량을 말하는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고, 선고는 법원이 양형기준과 감경 사유를 따져 내리는 최종 판단이라 둘의 차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재판 기사를 볼 때는 구형과 선고의 숫자보다 어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무엇이 무죄로 갈렸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제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건희 특검이 이 사건에서 요청한 형량은 정치자금법 위반 5년에 나머지 혐의 8년을 더한 총 13년이었다. 숫자만 보면 검찰이 부른 형의 6분의 1도 안 되는 결과다.
이런 격차를 보고 '재판이 검찰 뜻대로 안 됐다'거나 '봐줬다'고 읽기 쉽다. 하지만 구형과 선고는 애초에 성격이 다른 절차다. 둘이 벌어지는 것은 재판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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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求刑)은 검사가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이 적정하다고 보는지 밝히는 의견 진술이다. 재판의 마지막 단계에서 검사가 "징역 몇 년"을 요청하지만, 이 숫자는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판사는 구형량과 무관하게 형을 정할 수 있다.
반면 선고는 법원이 심리를 마치고 내리는 최종 판단이다. 선고와 동시에 법적 효력이 생기고, 이후 형 집행의 근거가 된다. 검사가 부르는 값과 법원이 매기는 값이 다른 것은, 요청과 결정이라는 역할 차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검사는 처벌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이라 구형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고가 구형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구형의 절반' 같은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건마다 다르다.
법원이 형량을 정하는 기준선 역할을 하는 것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이다. 죄의 종류별로 권고 형량 범위를 정해 두고, 여기에 감경 요소와 가중 요소를 반영해 형을 조정한다. 초범인지, 피해가 회복됐는지, 범행을 주도했는지 같은 사정이 여기에 들어간다.
양형기준은 법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고, 기준을 벗어나 선고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 그래서 선고 형량은 판사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문서로 설명 가능한 근거 위에서 정해진다.
형량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또 하나의 변수는 유무죄 판단이다. 검찰이 여러 혐의를 묶어 높은 형을 구형해도, 법원이 그중 일부를 무죄로 보면 그만큼 형의 토대가 줄어든다.
한학자 총재 1심에서 법원은 권성동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부분, 국민의힘 '쪼개기 후원'을 승인한 부분,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제공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반면 통일교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구형 13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축이 유죄로 서지 못한 셈이다. 13년과 2년의 거리는 이렇게 혐의별 판단이 갈리며 생긴 결과에 가깝다.
구형과 선고가 크게 벌어진 기사를 볼 때는 숫자 자체보다 그 아래를 보는 편이 낫다.
먼저 어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무엇이 무죄로 갈렸는지 확인한다. 무죄 부분이 많을수록 형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재판부가 밝힌 감경·가중 사유를 본다. 초범, 피해 회복, 범행 가담 정도가 형에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이 판단이 확정된 것인지 따져야 한다. 1심 선고는 끝이 아니다. 한학자 총재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검찰이 형이 가볍다며 항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항소심에서 형이 오르거나 무죄가 유죄로 뒤집힐 수 있는 만큼, 1심 선고 형량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판단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