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료사고가 나면 민사 손해배상, 형사 고소, 조정, 행정 진정이라는 성격이 다른 네 절차를 병행할 수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합의해도 처벌이 면제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권은 안 날부터 3년이면 소멸하므로, 진료기록과 응급실 이송 기록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족은 이송·투약 시각 기록을 인과관계 입증 자료로 챙기고, 형사·민사·행정 순서와 시효를 의료 전문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치과 시술 중 사고가 나면 유족이 밟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넷이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민사, 의료진의 처벌을 구하는 형사 고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소비자원을 통한 조정, 그리고 면허 처분 등을 요구하는 행정 절차다. 이 네 가지는 목적이 다르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임플란트 치과에서 2025년 12월과 2026년 8월, 8개월 사이 환자 두 명이 숨진 사건이 알려지며 이 절차들이 다시 주목받았다. 첫 사망 사례에서는 체중 54kg 환자에게 국소마취제 아티카인이 허용량의 약 세 배인 1088mg 투여됐고, 약물 주입 16분 만에 심정지가 와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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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는 돈으로 배상받는 절차다.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이 사망·상해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유족 측이 입증해야 한다. 진료기록 사본, 수술 동의서, 간호기록지 같은 객관적 자료를 모으고, 법원 감정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으로 과실 여부를 다툰다. 주의할 것은 시효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사고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사라진다. 소 제기 전 내용증명으로 배상을 청구해 두면 6개월간 시효 완성을 미룰 수 있다.
형사는 처벌을 구하는 절차다. 피해자나 유족이 직접 하면 고소, 제3자가 하면 고발이다. 의료진에게 적용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합의했다고 처벌이 면제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즉 유족이 합의해도 수사와 처벌은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절차를 거쳐 합의하면 특례로 형사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있어, 형사와 조정을 어떻게 엮을지는 미리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시술 중 급변해 응급실로 옮겨진 경우, 이송·응급 진료 기록은 인과관계 입증의 핵심 자료가 된다. 치과가 남긴 차트만 보면 사고 원인을 좁히기 어렵지만, 응급실 기록에는 도착 시각과 활력징후, 그리고 치과가 응급의료진에게 전달한 투약 내역이 남는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치과 측이 응급실에 아티카인 사용량을 설명한 내용이 과다 투여 정황을 가늠하는 단서가 됐다.
유족이라면 다음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시술 시각과 약물 투여 시각, 상태가 급변한 시각, 심정지 발생 시각, 그리고 치과가 응급실에 넘긴 약물의 종류와 양이다. 시각의 앞뒤 관계가 곧 인과관계 판단의 뼈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고가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됐다면, 그 기록은 개별 과실을 넘어 운영상 문제를 짚는 근거로도 쓰일 수 있다.
면허정지나 취소 같은 행정처분은 유족이 직접 내리는 것이 아니다. 관할 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진정·민원을 넣어 조사와 처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서 관할 구청이 사고를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았다는 점은, 신고와 진정이 없으면 행정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절차를 함께 진행한다면 대략 이 순서가 현실적이다. 먼저 진료기록과 응급실 기록을 열람·사본 청구하고, 훼손이 우려되면 증거보전을 신청해 자료부터 확보한다. 이어 형사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이 부검·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 개인이 얻기 힘든 증거를 확보하고, 이 형사 기록은 뒤이은 민사 입증에 그대로 도움이 된다. 민사 손해배상은 시효를 염두에 두고 조정중재원 또는 소송으로 진행하며, 보건소·복지부 진정은 이와 별개로 병행할 수 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는 게 좋다. 위 순서는 일반적인 큰 틀일 뿐, 사고마다 증거 상황과 시효가 달라 실제 전략은 의료 전문 변호사와 확인해 정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