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요청하는 구형은 판사를 구속하지 못하는 검사 측 의견일 뿐이다. 그래서 실제 선고는 구형보다 낮게, 드물게는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뉴스에서 형량을 볼 때는 구형인지 선고인지, 그리고 선고공판이 언제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뉴스에 "징역 27년 구형"이 뜨면 그 숫자가 곧 형량이라고 읽기 쉽다. 하지만 구형과 선고는 다른 절차다. 구형은 재판 막바지에 검사가 "이 정도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의견 표명이다. 판단은 판사의 몫으로 아직 남아 있다.
핵심은 구형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판사는 검사가 부른 숫자에 맞출 의무가 없고, 그보다 낮게 선고하든 더 높게 선고하든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구형 단계의 형량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참고치로 보는 편이 맞다.

Elina Volkova
검사는 범죄를 처벌해야 하는 쪽에 서 있어 형량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법원은 검사 의견만 듣지 않는다. 변호인 주장, 피해 회복 정도, 피고인의 반성 여부까지 함께 저울에 올린 뒤 형을 정한다.
이 종합 판단 과정에서 참작 사유가 반영되기 때문에 선고 형량이 구형보다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반드시 낮아진다'는 법칙은 없다. 사안이 중대하고 양형 사유가 나쁘면 구형과 비슷하거나, 이론적으로는 구형을 넘어서는 선고도 가능하다.
2026년 9월 7일 검찰은 여신도 성범죄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JMS 교주 정명석에게 징역 2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16명에 이르고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80여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히며, 20년간 전자장치 부착과 5년 보호관찰, 10년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도 함께 요청했다.
여기서 27년은 아직 선고가 아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선고공판은 그다음 달인 10월 1일로 예정돼 있었다. 정명석은 이미 별개 사건으로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며, 이번은 추가로 기소된 재판이다. 그래서 최종 형량은 선고일이 지나야 확인된다.
구형과 선고 사이의 거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양형 요소다. 뉴스를 읽을 때 다음을 확인하면 형량의 방향을 가늠하기 쉽다.
이 변수들이 나쁘게 쌓이면 선고는 구형에 가까워지고, 유리하게 작동하면 형량이 내려간다. 그래서 재판 기사를 볼 때는 숫자 하나보다 "구형인가 선고인가", 그리고 "선고공판이 언제인가"를 먼저 짚는 편이 오해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