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는 검사가 법원에 구속을 신청한 것일 뿐, 실제 구속 여부는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따로 정한다. 판사는 유죄 여부가 아니라 증거인멸·도주·주거부정 같은 '가둘 이유'가 있는지를 심문으로 판단한다. 뉴스에서는 지금이 청구·심사·발부 중 어느 단계인지, 그리고 결과가 죄의 유무가 아님을 구분해 봐야 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뉴스가 곧 구속을 뜻하지는 않는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담합 의혹을 받는 석유화학업체 경영진 8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단계는 검사가 '이 사람을 가둬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에 신청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 가둘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한다. 청구를 받은 판사가 별도의 심사를 거쳐 발부할지 기각할지를 정한다. 청구하는 쪽과 결정하는 쪽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 이 절차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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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와 구속 사이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흔히 영장실질심사라 부르는 절차가 있다. 판사가 서류만 보고 정하지 않고, 피의자를 직접 법정에 불러 물어본 뒤 결정하는 제도다.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다. 1997년부터 시행됐고, 지금은 피의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드시 심문을 거치도록 하는 필요적 절차다. 신체를 가두는 결정을 서면 검토만으로 내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심문에는 검사와 변호인이 함께 출석해 의견을 낼 수 있다. 검사는 왜 구속이 필요한지, 변호인은 왜 불구속으로도 수사가 가능한지를 다툰다.
심문이 언제 열리는지는 피의자가 이미 붙잡혀 있는지에 달렸다.
이미 체포된 피의자라면 판사는 지체 없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심문해야 한다. 붙잡힌 상태를 오래 끌지 않기 위한 장치다.
반면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에는, 판사가 먼저 피의자를 데려오기 위한 영장을 발부해 부른 뒤 심문한다. 석유화학 사건처럼 소환 조사만 받고 청구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심문이 끝나면 피의자는 발부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유치장에서 기다린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유죄냐 무죄냐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판사가 따지는 것은 지금 이 사람을 가둬 둘 필요가 있느냐다.
그 기준은 대체로 세 가지다.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가, 달아날 우려가 있는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가. 이 사유가 뚜렷하면 발부로, 그렇지 않으면 기각으로 기운다.
그래서 결과의 의미도 제한적으로 읽어야 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는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는다. 기각되면, 체포돼 있던 사람은 풀려나고 이후에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가 이어진다.
정리하면, '구속영장 청구'는 절차의 시작점이지 끝이 아니다. 뉴스를 볼 때는 세 가지를 구분해 보면 된다.
먼저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다. 청구인지, 심사 기일이 잡힌 것인지, 발부·기각이 나온 것인지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다음으로 발부와 기각은 죄의 유무가 아니라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이다. 기각됐다고 혐의가 사라지는 것도, 발부됐다고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불구속 수사와 무혐의는 다르다. 석유화학 사건도 영장 결과와 별개로 담합 여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질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