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나 특검이 재판에서 밝히는 구형은 처벌 요청일 뿐, 실제 형량은 법원이 선고에서 정하고 상소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그래서 구형량과 선고 결과는 자주 어긋나며 1심 선고조차 항소·상고로 바뀔 수 있다. 뉴스가 구형·선고·확정 중 어느 단계인지, 몇 심 판결인지 확인하면 결과를 오해하지 않는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1월 5일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제목만 보면 형이 정해진 것처럼 읽히지만, 이 숫자는 결과가 아니다. 구형은 검사가 "이 정도 처벌이 맞다"고 법원에 내는 의견일 뿐이고, 실제 형량은 선고에서 정해진다. 오 처장 사건의 선고기일도 2027년 1월 12일로 따로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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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단어는 재판의 서로 다른 단계를 가리킨다.
구형(求刑)은 검사가 마지막 공판인 결심공판에서 법원에 요청하는 형량이다. 권고적 의견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
선고(宣告)는 법원이 판결로 실제 형량을 공개 선언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받는 형은 여기서 정해진다. 검사가 징역 7년을 구형해도 법원이 5년을 선고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그 집행을 미뤄 두는 제도다. 형법 제62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금고나 500만 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때, 참작할 사정이 있으면 1년에서 5년까지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유예기간을 문제없이 넘기면 형 선고의 효력이 사라진다. 다만 금고 이상 실형을 마친 뒤 3년이 지나지 않아 저지른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묶이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범죄 유형별로 권고 형량 범위를 정해 두는데, 재판부는 이 기준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중·감경 사유를 따진다. 피해 회복 여부와 전과, 범행 동기, 반성 정도가 여기에 반영된다. 검사의 구형은 이 판단에 참고가 될 뿐 그대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구형보다 낮게 선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안에 따라 더 무겁게 나오기도 한다. 구형은 어디까지나 검사 측 주장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피고인이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 처장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선고 전까지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선고가 나와도 재판이 바로 끝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재판은 검사의 기소로 시작해 여러 차례 공판을 거치고,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구형과 최후진술이 나온 뒤에야 선고로 넘어간다. 그리고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해 2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고, 2심에도 불복하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형사사건의 상소 제기기간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이다. 이 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상소하지 않거나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 판결이 확정되고, 그때 비로소 형이 집행된다. 대법원까지 가는 사건은 확정까지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구형 보도와 최종 결과 사이에는 그만큼 긴 시간이 놓여 있는 셈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단계마다 숫자가 달라진다. 구형 소식에 결과를 미리 확정 짓기보다 선고와 확정까지 지켜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