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사기죄의 실형과 집행유예를 이득액, 피해 회복·합의, 전과라는 세 축으로 가른다. 특히 피해 회복은 초범이라도 실형을 면할지 좌우하는 최대 변수여서, 재산 피해만 있을 때 손해액의 약 3분의 2 이상을 되돌리면 합의에 준하는 것으로 참작된다. 유사 혐의를 받고 있다면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피해 회복과 합의를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한다.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피고인과 가족이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건 형량의 숫자가 아니라 그 앞의 갈림길이다. 감옥에 가느냐(실형), 아니면 형을 미뤄 사회에 남느냐(집행유예). 최근 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액 3,100만원인 사기에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액수만 보면 크지 않은데도 집행유예가 아니었다. 무엇이 이 갈림길을 결정하는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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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감으로 형을 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든 사기범죄 양형기준이라는 표가 기준이 된다. 여기서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를 가르는 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득액, 즉 편취한 돈의 규모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이득액 1억원 미만을 일반 사기의 기본 유형으로 두고, 액수가 커질수록 권고 형량을 높인다. 통상 5억원을 넘으면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둘째는 피해 회복과 합의다. 뒤에 다시 보겠지만, 실무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실제로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이 대목이다.
셋째는 전과와 범행 태도다. 같은 범죄를 반복한 동종 전과,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는 형을 무겁게 만든다. 반대로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면 참작된다.
'초범이면 집행유예'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전과가 없다는 사실은 유리한 사정이지만, 그 하나만으로 실형을 면하지는 못한다. 갈림길을 실제로 넘게 해주는 건 대개 피해 회복이다.
양형기준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그에 준할 만큼 피해를 되돌린 경우를 집행유예 쪽으로 크게 참작한다. 재산 피해만 발생한 사건이라면 손해액의 약 3분의 2 이상을 회복시켰을 때 합의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 바꿔 말하면, 초범이라도 피해자에게 한 푼도 돌려주지 않고 죄질이 나쁘면 실형이 나올 수 있다. 피해 회복이라는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초범이라는 카드는 힘이 약해진다.
여기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25년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면서, 조직적·반복적 사기에 대한 권고 형량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사기에 법원이 더 엄격해지는 흐름이다.
앞의 판결로 돌아가 보자. 피고인은 딸의 이름을 빌려 지인에게 투자를 권하는 방식으로 세 차례에 걸쳐 3,1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인정됐다. 재판부가 밝힌 실형 이유는 세 축 그대로였다.
우선 재판부는 수법과 결과를 들어 죄질이 불량하다고 봤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집행유예의 핵심 조건인 피해 회복이 빠진 것이다. 게다가 이 피고인은 초범도 아니었다. 2018년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실형을 받은 전력에 더해, 사기죄로 약식명령을 받은 이력까지 있었다. 범행을 인정하고 건강이 나쁘다는 사정이 참작됐지만, 실형을 뒤집을 만큼은 아니었다. 세 축 가운데 피고인에게 유리한 칸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 판결은 특정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기 혐의를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계산법을 보여준다. 실형 가능성을 낮추려면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정리하면, 사기 재판의 갈림길은 액수 하나가 아니라 이득액·피해회복·전과의 조합이 함께 정한다. 그중 피고인이 재판 전에 바꿀 수 있는 칸은 사실상 피해 회복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