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가 일하다 숨졌을 때 원청 회장이나 대표이사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하청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청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유죄가 되려면 사고 현장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는지, 안전보건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예견 가능성이 있는지 두 관문을 넘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이 하청 운전자의 오작동이 직접 원인이었던 사고에서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한 것이 이 기준을 보여준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을 때, 원청 회장이나 대표이사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건부로 가능하다. 소속이 하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근거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한다. 원청의 대표이사나 회장이 여기 해당할 수 있다. 게다가 원청은 도급을 준 경우에도 하청 종사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똑같이 진다.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고, 두 가지를 함께 부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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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유죄가 되는 것은 다르다. 원청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으려면 두 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첫째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다.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는 원청이 실제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설비·장소·장비에 한정된다. 사고가 난 시설과 장비를 원청이 통제하는 위치에 있었는지가 갈림길이다.
둘째는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어겼다는 사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의무를 다했더라도 막을 수 없는 사고였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두 번째 관문에서 갈린 사례가 최근 나왔다. 대법원은 8월 27일 SK멀티유틸리티 석탄 반입장에서 하청 덤프트럭이 후방문을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올리다 전도돼 근로자가 매몰 사망한 사건에서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운전자의 명백한 오작동이 직접 원인이었고, 15년간 같은 유형의 사고가 없어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였다. 책임은 하청 운송사 대표와 운전기사에게 돌아갔다.
사고가 나면 먼저 고용노동지청이 현장을 조사하고 작업중지 같은 행정명령을 준비한다. 이어 지방고용노동청의 광역중대재해수사과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한다. 현장조사와 참고인 조사, 자료 확보와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가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수사가 끝나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고, 최종적으로 기소할지는 검찰이 판단한다.
통계로 보면 처벌이 자동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2025년 9월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은 65건이었는데,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다만 사망자가 한 명인 사건에서도 실형이 나온 적이 있다. 아리셀 사건은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4년으로 줄었다.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에서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다음을 따져보면 방향이 잡힌다.
세 가지가 맞물릴수록 원청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작업수칙 위반 같은 이례적 행동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다면,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가 부정돼 책임을 벗을 수 있다. 유족이든 현장 근로자든, 사건을 볼 때 '누가 그 위험을 통제할 위치에 있었나'를 먼저 짚는 것이 판단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