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구형은 확정된 형이 아니라 검사가 재판부에 밝히는 의견이라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법원은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을 독립적으로 정한다. 그래서 선고가 구형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이를 '봐줬다'고 읽는 건 구형의 성격을 오해한 것이다.
"검찰 징역 7년 구형, 법원은 징역 3년 선고." 형사재판 뉴스에서 자주 보는 문장이다. 이때 두 숫자가 다른 건 실수도, 봐주기도 아니다. 구형과 선고는 애초에 성격이 다른 절차다.
구형은 검사가 재판 막바지에 "피고인에게 징역 몇 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밝히는 의견이다. 검사 측의 주장일 뿐, 법원을 구속하는 힘은 없다. 즉 구형은 형이 아니라 형을 정해 달라는 요청에 가깝다.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실제 형량을 정하는 주체는 법원이다. 판사는 검사의 구형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양형 절차를 밟는다.
이때 뼈대가 되는 것이 형법 제51조다. 조문은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며 네 가지를 든다.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이다. 같은 죄명이라도 이 요소들이 다르면 형량이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든 양형기준이 더해진다. 판사마다 형량 편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성범죄·사기·강도 같은 주요 범죄 유형별로 권고 형량 범위를 정해 공개한 자료다.
예를 들어 같은 사기 사건이라도 피해 금액이 얼마인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초범인지 동종 전과가 있는지에 따라 권고 형량대는 달라진다. 검사는 이 가운데 무거운 쪽을 근거로 구형하고, 법원은 감경 요소까지 저울에 올려 최종 형을 정한다. 두 숫자가 벌어지는 상당 부분은 이 계산 과정의 차이에서 나온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고 기준이다. 판사가 기준을 벗어나 선고해도 그 자체로 위법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준을 벗어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의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뜻이라, 실무에서는 기준이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존중되는 구조다.
첫째, 선고가 구형보다 낮으면 "법원이 봐줬다"고 읽기 쉽다. 그러나 구형은 검사가 부르는 상한선 성격이 강하다. 재판 과정에서 반성·합의·초범 여부 같은 감경 요소가 반영되면 선고가 구형보다 낮아지는 흐름은 오히려 일반적이다.
둘째, 구형이 곧 확정된 형이라는 오해다.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구형은 어디까지나 검사의 의견이며, 최종 형은 선고로 정해진다.
셋째, 선고는 늘 구형보다 낮다는 생각이다. 법원이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말은 양쪽 모두를 뜻한다. 흔치는 않지만 사안에 따라 선고가 구형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정리하면, 구형과 선고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승패처럼 볼 필요는 없다. 두 숫자는 검사의 의견과 법원의 판단이라는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킨다. 뉴스에서 격차가 눈에 띈다면, 구형량을 기준선으로 삼기보다 판결문에 적힌 양형 이유를 확인하는 편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훨씬 정확하다.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 형량이 다시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