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에 물린 수천억 원대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가는 행정 제재일 뿐,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직접 돌아오는 돈이 아니다. 투자자가 실제로 돈을 돌려받으려면 자율배상·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이라는 별도의 경로를 밟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려면 가입 당시 자료를 모으고 소멸시효 안에 움직이는 것이 관건이다.

ELS 손실을 둘러싼 뉴스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과징금이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를 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5곳에 대해 2026년 6월 과징금 규모를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결정했다. 처음 알려진 약 2조 원에서 제재심을 거치며 크게 깎인 금액이고, 최종 확정은 아직 금융위원회 의결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돈의 성격이다. 과징금은 법을 어긴 회사를 제재하기 위해 국가가 걷는 행정 제재금으로, 국고로 들어간다. 투자자 개인의 손실을 메우려고 걷는 돈이 아니다. 즉 과징금이 아무리 커도, 그 돈의 일부가 내 계좌로 오는 일은 없다. 배상은 완전히 다른 경로에서 따로 진행된다.

Hassan Bouamoud
실제로 다수의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은 경로는 소송이 아니라 은행의 자율배상이었다. 금감원은 2024년 3월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았는데, 이는 판매사와 투자자가 배상 비율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기본 배상 비율은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20~40%로 잡고, 고령자나 금융 취약계층이면 비율을 올리고 투자 경험이 많거나 금융 지식이 높은 사람에게는 깎는 식이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은행들은 투자자와 개별 합의해 배상했다. 2025년 6월 기준 자율배상 동의율은 평균 96%, 배상액은 1조 3000억 원을 넘어섰다. 2024년 5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대표 사례들의 배상 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합의가 안 되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이 들지 않고, 조정을 신청하면 뒤에서 설명할 소멸시효의 진행도 멈춘다. 다만 조정안은 양쪽이 모두 받아들여야 효력이 생기므로, 은행이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자율배상이나 분쟁조정으로 제시된 비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민사소송을 택한다. 실제로 손실 규모와 제시된 배상액의 격차가 커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소송의 장점과 단점은 분명하다. 법원이 불완전판매를 더 무겁게 인정하면 자율배상 비율을 넘어서는 배상을 받을 여지가 있다. 반대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입증 부담을 투자자가 지며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보통은 자율배상 제시액을 먼저 확인하고, 납득되지 않을 때 소송을 저울질하는 순서가 현실적이다. 가입 정황이 뚜렷한 불완전판매에 가깝고 손실 규모가 클수록 소송의 실익이 커진다.
두 경로 모두 핵심은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하고 가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억만으로는 부족하고 자료가 말을 해야 한다. 가입 시점에 받은 것들을 먼저 찾아두자.
특히 투자자정보확인서에 실제와 다른 투자 성향이 적혀 있거나, 원금 손실 위험을 충분히 안내받은 기록이 없다면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 의무 위반을 주장할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챙길 것이 시간이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민법상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언제부터 기간을 세는지는 사안마다 다툼의 여지가 있어, 손실을 확인한 시점에 가까울수록 다투기 유리하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가입 자료부터 모으고, 은행의 자율배상 제시액을 확인한 뒤, 납득되지 않으면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저울질한다. 어느 쪽이든 시효가 지나면 선택지 자체가 사라지므로,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자료 확보와 전문가 상담은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