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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 잘못이라는 오해, 선박충돌 과실 기준

8월 15일 새벽 군산 어청도 인근에서 4만톤급 상선과 29톤 어선이 충돌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해상 충돌의 과실은 배의 크기가 아니라 견시·안전속력·피항 의무 같은 항법 규칙을 누가 어겼는지로 갈린다. 배상을 따질 때는 해양안전심판원의 원인제공비율과 민사 소송의 과실비율이 별개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법률 상담소·2026. 08. 17.
큰 배 잘못이라는 오해, 선박충돌 과실 기준

어청도 충돌 사고, 무슨 일이 있었나

8월 15일 오전 3시 20분경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배 두 척이 부딪쳤다. 한쪽은 4만3956톤급 상선, 다른 한쪽은 29톤급 어선이었다. 크기 차이가 1500배에 가깝지만 어선은 뱃머리 일부가 파손되는 데 그쳤고 인명피해나 침수, 해양오염은 없었다. 승선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군산해경은 야간과 새벽처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시간대의 운항 주의를 당부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며, 아래 내용은 이 사고의 책임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충돌에서 과실을 가르는 일반 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과실은 배의 크기로 정해지지 않는다

ship navigation radar at night

Photo by Tom Donders on Unsplash

큰 배가 작은 배를 들이받으면 큰 배 잘못이라는 인식이 흔하다. 그러나 해상 충돌의 과실은 톤수가 아니라 항법 규칙을 누가 어겼는지로 판단한다.

기준이 되는 것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과 이를 국내에 반영한 해상교통안전법이다. 이 규칙이 정한 항행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곧 과실 유무의 잣대가 된다. 4만톤 상선이라도 규칙을 지켰다면 책임이 줄고, 29톤 어선이라도 지켜야 할 동작을 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과실을 질 수 있다.

견시, 안전속력, 그리고 피할 배와 지킬 배

실제 과실 판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무는 세 가지다.

첫째는 견시 의무다. 모든 선박은 눈과 귀, 레이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주변을 항상 살펴야 한다. 새벽이라 못 봤다는 것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견시를 소홀히 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안전한 속력이다. 충돌을 피하고 필요한 거리에서 멈출 수 있는 속력으로 항행해야 하며, 야간이나 시계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더 줄여야 한다.

셋째는 피항선과 유지선의 구분이다. 두 배의 진로가 교차할 때 상대를 피해야 하는 배(피항선)와 침로·속력을 유지하는 배(유지선)가 정해진다. 다만 유지선도 피항선의 동작만으로는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회피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유지선이라고 그대로 직진만 하다 부딪히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선이라고 무조건 우선은 아니다

어선이 상선보다 항상 보호받는다는 것도 오해다. 해상교통안전법에서 우선권을 갖는 것은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 즉 그물이나 낚싯줄 등으로 조종 성능이 제한된 상태의 어선이다. 이 경우 다른 배들이 그 진로를 피해야 한다.

반대로 어로 작업 중이 아니라 단순히 이동하던 어선이라면 일반 항법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 게다가 어로 종사 선박도 조종불능선이나 조종제한선의 진로는 피해야 한다. 결국 '어선이냐'가 아니라 '그 순간 어떤 상태로 무슨 동작을 했느냐'가 관건이다.

배상은 어디서, 어떻게 따지나

충돌이 나면 먼저 해양안전심판원이 조사와 심판을 거쳐 원인제공비율을 재결한다. 어느 쪽이 사고에 얼마나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비율로 밝히는 절차다.

주의할 점은 이 원인제공비율이 곧바로 손해배상의 과실비율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사 법원은 이를 중요한 참고자료로 인용하기도 하지만, 별도의 기준으로 다시 따진다. 실제로 해심의 비율과 민사 판결의 과실비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피해를 배상받으려면 상대 선박의 소유자나 운항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항법 규칙 위반과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 공동 과실이면 각자의 과실 비율만큼 책임이 나뉜다.

뱃길을 이용한다면 이것부터

  • 출항 전 견시와 등화·형상물 점검을 습관화하고, 야간·시계 제한 시 속력을 낮춘다.
  • 충돌이 나면 인명 구조와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해경에 즉시 신고한다.
  • 사고 시각·위치, 상대 선박 정보, 항적과 교신 기록을 남긴다. 나중에 과실을 다툴 핵심 증거다.
  • 선박보험과 선주 배상책임 보험의 보장 범위를 미리 확인해 둔다.
  • 해심 재결이 나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민사상 과실비율은 별도로 검토한다.

출처

  1. 전북 군산 앞바다서 선박 간 충돌…인명피해 없어
  2. 해상교통안전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3. 해양안전심판원 재결 활용 시 유의사항 - 현대해양
#선박충돌#과실비율#해상교통안전법#손해배상#해양안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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