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안법은 기장의 지원 요청을 받은 사람이 기내 불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승객도 포함될 수 있다. 승객의 제압 행위는 형법상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지만, 상당한 이유라는 한계를 넘으면 과잉방위로 책임을 질 수 있다. 제압 전 승무원의 요청 여부, 위협이 현재 진행 중인지, 힘을 쓴 정도가 비례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9월 30일 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조종사 한 명이 동료를 흉기로 찌르고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비행기는 급강하 끝에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에 비상착륙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테러 시도로 규정했다.
이 사건은 조종석 안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리는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한다. 옆자리 승객이 흉기를 휘두르거나 문을 열려 할 때, 내가 나서서 제압하면 나는 어떻게 되나. 한국 하늘을 기준으로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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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내 질서를 지키는 1차 권한은 기장에게 있다. 사법경찰직무법 제7조는 항공기 안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 기장과 승무원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정한다. 하늘 위의 경찰관은 승객이 아니라 승무원이라는 뜻이다.
승객이 개입할 법적 통로는 항공보안법 제22조에 있다. 이 조항은 기장, 기장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 그리고 기장의 지원 요청을 받은 사람이 불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지원 요청을 받은 사람에는 승객도 포함될 수 있다. 승무원의 요청을 받아 제압에 나선 경우와, 아무 요청 없이 혼자 판단해 완력을 쓴 경우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승객에게는 의무도 있다. 항공보안법 제23조는 승객이 소란·폭언·흡연·조종실 침입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기장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하며, 기장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해야 한다고 정한다. 기내에서 타인을 폭행하거나 보안을 저해하는 행위는 무겁게 처벌된다.
제압 자체는 물리력 행사다. 그런데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이유는 형법의 위법성 조각 사유 때문이다.
형법 제21조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핵심은 '타인'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다른 승객을 지키려는 제압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
형법 제22조 긴급피난은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를 다룬다. 다만 긴급피난에는 정당방위에 없는 보충성과 균형성이 더 요구된다.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 지키려는 이익과 침해한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지를 더 따진다. 그만큼 인정 문턱이 높다.
두 법리를 관통하는 조건은 '상당한 이유', 즉 비례성이다. 법원은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과 완급을 종합해 방위 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했는지 판단한다.
경계는 위협이 지금 진행 중인지에서 갈린다. 위협이 현재 벌어지고 있고 그것을 멈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었다면 정당방위 쪽에 선다. 반대로 이미 제압돼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계속 때리면 상당성을 벗어난 과잉방위가 된다.
형법 제21조는 과잉방위를 한 경우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 야간처럼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정도를 넘었다면 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한다. 기내라는 밀폐되고 급박한 공간의 특성이 이 판단에 영향을 줄 여지는 있지만, 처음부터 기대고 갈 안전장치로 보기는 어렵다.
행동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위를 가르는 건 용기의 크기가 아니라 대응의 비례성이다. 위협을 멈추는 데 필요한 만큼, 그리고 승무원의 판단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나를 법적으로도 지키는 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