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측이 파기환송심 재산분할액 9,440억 원 가운데 약 7,000억 원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2,440억 원만 대법원에서 다투기로 상고취지를 줄였다. 상고심은 상고인이 불복한 범위만 심리하기 때문에, 상고에서 제외한 부분은 대법원 판단 없이 원심대로 확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상고심이 사실이 아니라 법리를 따지는 법률심인 만큼, 어느 부분을 다투고 어느 부분을 확정시킬지는 법적으로 뒤집힐 여지가 있는 쟁점인지로 갈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재산분할은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 원으로 정해졌다. 서울고법이 지난 7월 24일 내린 판단이다. 그런데 최 회장 측은 8월 31일 서울고법 가사1부에 상고취지 변경, 이른바 감축 신청서를 냈다. 9,440억 원 가운데 약 7,000억 원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받아들이고, 나머지 2,440억 원만 대법원에서 다투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재산분할액 전액을 다툴 생각이었지만, 대법원과 고법의 판단을 이미 받아본 만큼 법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만 골라 다투기로 했다는 게 최 회장 측 설명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남은 2,440억 원은 2017년 인수한 지분이 분할 대상에 들어가는지를 놓고 다툼이 남아 있다.

KATRIN BOLOVTSOVA
우리 재판은 3심제다.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심(2심)으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면 대법원 상고심(3심)으로 올라간다. 이 사건은 이미 대법원이 한 차례 원심을 깨 돌려보낸 뒤 다시 열린 파기환송심을 거쳤고, 그 결과에 다시 불복해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재상고 단계다.
여기서 알아둘 점은 상고가 반드시 판결 전체를 상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재산분할처럼 금액으로 표시되는 재판은 그 금액의 일부만 특정해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다툴 수 있다.
상고취지는 상고인이 대법원에 "원심 판결 중 어디를, 어떻게 바꿔 달라"고 밝히는 불복의 범위다. 상고취지 감축은 이 범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9,440억 원 전부를 다투다가, 그중 2,440억 원으로 다툼의 대상을 좁힌 게 이번 신청이다.
왜 일부만 고를 수 있을까.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법리를 심사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을 뒤집기는 어렵고, 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다. 그래서 뒤집힐 여지가 큰 쟁점에 화력을 모으고, 다투기 어려운 부분은 접는 전략이 성립한다. 최 회장 측이 "분쟁 장기화를 고려한 대승적 결정"이라고 표현한 배경이기도 하다.
핵심 질문으로 돌아오면, 상고에서 제외한 부분은 어떻게 될까. 원칙은 이렇다. 상고심의 심판 대상은 상고인이 불복한 범위에 한정된다. 다투지 않기로 한 부분은 대법원이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원심(파기환송심)이 정한 대로 확정되는 게 원칙이다. 이번 사건이라면 7,000억 원 부분은 대법원 판단 없이 그대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확정된다는 건 그 금액을 두고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즉 재산분할 사건이라도 전부가 한꺼번에 끝나지 않고, 다투지 않은 부분이 먼저 확정되고 남은 쟁점만 대법원에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독자에게 판단 기준은 분명하다. 어느 금액을 상고 범위에 남겼는지를 보면, 그쪽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남았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반대로 상고에서 빠진 금액은 사실상 결론이 난 부분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다만 재산분할처럼 하나의 재판으로 묶인 사안에서 일부 확정의 구체적 효과는 사건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최종 확정 시점은 대법원 절차 진행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