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최후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03조가 보장한 마지막 발언권으로, 검사의 구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고 판사는 구형 전 이미 양형 틀을 잡는 경우가 많다. 최후진술의 말 자체보다 반성문·합의서·피해 회복 같은 뒷받침 자료가 결합될 때 양형에 반영된다. 양형 재량의 폭과 객관적 자료의 유무를 보면 그 진술이 실제로 작용할지 가늠할 수 있다.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입을 여는 장면은 늘 시선을 끈다. 최근에도 김건희 씨의 매관매직 혐의 항소심 결심에서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한 뒤 피고인 진술이 이어지며 관심이 쏠렸다. 그렇다면 이 최후진술이 형량을 실제로 바꾸는가.
먼저 위치를 짚자. 형사재판의 결심공판은 대체로 증거조사가 끝난 뒤 검사의 구형과 의견진술, 변호인의 최후변론, 그리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서로 진행된다. 최후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03조가 보장한 피고인의 권리이자,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유리한 양형 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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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구형을 선고와 혼동한다. 구형은 검사가 "이 정도 형이 적절하다"고 밝히는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판사는 구형보다 무겁게도, 가볍게도 선고할 수 있고 구형을 참고할 법적 의무조차 없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판사가 구형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체적인 양형의 틀을 잡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구형은 판단의 출발점이라기보다 결과를 견줘보는 비교 대상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 점을 알면 최후진술의 무게도 다르게 보인다.
최후진술까지 마치면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한다. 판결 선고는 원칙적으로 변론을 종결한 그 기일에 하도록 돼 있다. 다만 사건이 복잡하거나 검토할 것이 많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선고기일을 따로 정할 수 있는데, 이때도 형사소송법 제318조의4에 따라 변론 종결 후 14일 이내로 지정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결심과 선고 사이에 몇 주가 비는 것처럼 보여도, 절차의 기본 틀은 이렇게 짧게 설계돼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최후진술의 '말' 자체가 형량을 좌우한다기보다, 그 말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양형에 반영된다. 양형에는 범행 동기, 피해 정도, 재범 위험성, 반성 여부 같은 정상참작 요소가 기준으로 들어가 있다. 반성문, 피해자와의 합의서, 피해 회복 자료, 탄원서 같은 것이 함께 제출될 때 재판부의 판단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준비 없이 법정에서 즉흥적으로 쏟아낸 반성의 말만으로 형이 크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앞서 봤듯 판사가 이미 양형의 틀을 잡아둔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최후진술이 힘을 갖는지 가늠하려면 몇 가지를 따져보면 된다.
반대로 다툼 없이 양형만 남은 사건에서 자료 없이 말로만 선처를 구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최후진술은 분명 의미 있는 권리이지만, 판을 뒤집는 한 방이라기보다 그동안 쌓아온 양형 사유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전달하는 자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