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 도구나 장소를 미리 마련한 정황은 살인 양형에서 '계획적 살인'이라는 특별가중인자로 이어진다. 계획성이 인정되면 같은 유형의 살인이라도 권고 형량이 기본 범위에서 가중 범위로,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올라갈 수 있다. 다만 계획성은 자백보다 구매·통신 기록 같은 객관적 정황증거로 다투어지는 만큼, 준비 정황과 살해 의도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파주 카페 냉동창고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서 수사의 초점 하나는 '계획성'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문제의 냉동창고는 범행 약 일주일 전인 8월 27일 부산의 업체에서 주문돼 400㎞ 떨어진 파주 카페에 설치됐고, 주문 당시 "일주일 안에 회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의자는 9월 14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범행 도구나 장소를 미리 마련해 둔 정황은 단순한 정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이 계획범죄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같은 살인이라도 선고 형량의 출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피의자 신상이나 구체적 동기는 매체마다 진술이 엇갈려 아직 확정된 사실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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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살인을 동기에 따라 다섯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마다 감경·기본·가중 형량범위를 정해 둔다. 여기서 '계획적 살인'은 형을 무겁게 하는 특별가중인자로 명시돼 있다. 계획성이 인정되면 같은 유형 안에서도 가중 범위가 적용될 여지가 커진다.
| 유형 | 감경 | 기본 | 가중 |
|---|---|---|---|
| 참작 동기 | 3~5년 | 4~6년 | 5~8년 |
| 보통 동기 | 7~12년 | 10~16년 | 15년 이상·무기 |
| 비난 동기 | 10~16년 | 15~20년 | 18년 이상·무기 |
| 극단적 인명경시 | 20~25년 | 23년 이상·무기 | 무기 |
예컨대 원한이나 금전 같은 '보통 동기 살인'으로 분류돼도, 계획성이 더해지면 권고 형량이 기본 범위(10~16년)에서 가중 범위(15년 이상 또는 무기)로 옮겨갈 수 있다. 몇 년 단위의 차이가 아니라,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열리는 폭이다.
핵심은 살해 의도가 언제 만들어졌느냐다. 계획범죄는 범행 전에 이미 살인의 고의를 세우고 도구·장소·시간·동선을 미리 준비한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우발범죄는 다툼 중 격분처럼 그 순간에 의도가 형성된 경우다.
주의할 점은 둘이 정확히 대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형기준은 계획성을 명시적 가중인자로 두지만, '우발적 살인'을 그와 나란한 특별감경인자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계획의 흔적이 없으면 사건이 더 낮은 유형이나 기본 범위로 분류될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피고인 측은 우발성을, 검찰은 계획성을 다투게 된다. 파주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처음에는 계획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우발적이라는 쪽으로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지점이 바로 형량의 분기점과 맞닿아 있다.
여기서 자백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진술은 재판 과정에서 얼마든지 번복되기 때문에, 계획성은 대체로 객관적 정황증거로 다투어진다.
법원이 들여다보는 것은 남는 기록이다. 범행 도구나 장소를 언제 어떻게 마련했는지 보여주는 구매·배송 내역, 관련 검색 기록, CCTV에 찍힌 동선, 통신 내역, 피해자를 특정 장소로 유인한 정황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정황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아떨어지면, 피고인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해도 계획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정황이 단편적이면 법원은 계획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준비가 살해 의도와 연결된다는 점을 검찰이 정황으로 얼마나 촘촘히 엮어내느냐가 형량을 가른다. 재판을 지켜볼 때 눈여겨봐야 할 대목도 바로 이 연결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