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도피한 용의자를 데려오는 출발점은 인터폴 적색수배지만, 적색수배 자체에는 회원국을 강제하는 체포 의무가 없다. 실제 송환 여부와 속도는 도피국과 한국 사이의 범죄인인도조약 유무, 상대국의 재량, 현지 법원의 인도 심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조약이 있는 나라(한국은 2020년 기준 78개국과 협약)는 절차가 빠른 편이고, 조약이 없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우면 송환에 수년에서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최근 4조 8000억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12년간 해외를 떠돌던 총책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강제 송환됐다. 비슷한 시기 베트남으로 도피해 위조 상품을 유통하던 총책도 인터폴 공조로 붙잡혀 국내로 돌아왔다. 용의자가 국경을 넘으면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폴에 적색수배(Red Notice)를 요청하는 것이다. 적색수배는 해외에 있는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송환으로 이어가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살인 같은 강력범죄뿐 아니라 마약, 대규모 사이버 도박, 산업기술 유출, 강제추행 등이 신청 대상에 오른다.
다만 송환은 여기서 자동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적색수배는 출발점일 뿐, 실제로 피의자를 넘겨받기까지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Quintin Gellar
흔한 오해가 적색수배만 되면 어느 나라에서든 곧바로 붙잡혀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적색수배에는 회원국을 강제하는 체포 의무가 없다. 붙잡을지, 넘겨줄지는 그 나라의 국내법과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에 따라 각국이 재량으로 판단한다.
인터폴 헌장은 정치·군사적 성격이 있는 사안이면 적색수배 요청 자체를 거부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적색수배는 이 사람을 찾아 잡아달라는 국제적 요청이지, 그 자체로 효력을 갖는 체포영장은 아니다.
송환의 속도와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도피한 나라와 우리나라 사이에 범죄인인도조약이 있느냐다. 한국은 2020년 기준 78개국과 범죄인 인도 관련 협약을, 그중 양자조약은 33개국과 맺고 있다.
조약이 있는 나라라면 절차가 비교적 분명하다. 외교 경로로 인도청구서를 보내고, 조약에 규정이 있으면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수도 있다. 조약 당사국은 상호주의에 따라 인도에 응할 의무를 진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요청한 행위가 양국 모두에서 범죄여야 하고(쌍방가벌성), 한국 같은 대륙법계 국가는 원칙적으로 자국민은 넘기지 않으며, 정치범도 인도 대상에서 빠진다.
조약이 없는 나라라도 송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같은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상호주의 보증을 근거로 인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국의 재량과 판단에 더 크게 기대야 해서 시간과 변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언제 잡혀 오느냐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앞서 UAE 사례처럼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대략적인 시간을 가늠하려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정리하면, 해외로 도피한 용의자의 송환은 적색수배 한 장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조약 유무, 상대국의 재량, 현지 사법 절차가 겹겹이 놓여 있어 짧으면 수개월, 길면 10년을 넘기기도 한다. 최근 장기 도피 사범들이 잇따라 붙잡혀 오는 흐름은, 그 과정이 더디더라도 국제공조가 촘촘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