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하면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최근 차은우를 겨냥해 카페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처럼 호기심이나 사적 감정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당사자인 대화의 녹음과 남의 대화를 노린 도청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므로 그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호기심이든 사적인 감정이든, 남의 대화를 몰래 엿들으려고 장치를 설치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이 법의 처벌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징역에서 시작한다. 최근 배우 겸 가수 차은우를 둘러싼 사건이 그 경계를 잘 보여준다.
경찰에 따르면 스스로 팬이라고 밝힌 50대 여성이 8월 하순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테이블 아래에 도청장치 5개를 설치했다. 차은우와 지인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성은 장치를 수거하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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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다. 성립의 핵심은 세 가지다. 대화가 공개되지 않았을 것, 나와 무관한 타인 사이의 대화일 것, 그리고 그것을 몰래 녹음하거나 실시간으로 엿들었을 것.
'청취'의 의미는 최근 대법원 판단으로 좀 더 분명해졌다. 2024년 2월 대법원은 청취를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엿듣는 행위로 봤다. 이미 끝난 대화의 녹음 파일을 나중에 재생해 듣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시간성 여부가 갈림이 된다. 다만 남의 대화를 노리고 장치를 설치해 두는 단계부터 이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지점이 녹음과 도청의 경계다.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그 대화의 당사자인가 아닌가다.
내가 참여한 대화라면 상대가 몰라도 녹음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막는 것은 타인 간의 대화이지, 내가 낀 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화 녹음이나 내가 나눈 대면 대화의 녹음이 문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내가 끼지 않은 남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엿들으면 불법이다. 대화자 중 한 명에게 동의를 받았더라도, 나머지 한 명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위법한 감청으로 본다. 카페에 장치를 심어 타인의 대화를 노리는 행위가 정확히 이 경우다.
처벌 수위는 가볍지 않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는 이를 어긴 사람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다. 벌금형이 아예 없고 징역 하한이 1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법정형의 시작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만 수사가 불구속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차은우 사건에서도 이 여성은 현장에서 긴급체포됐지만, 검찰이 긴급체포 사유를 인정하지 않아 풀려났다. 이후 수사는 불구속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일 뿐, 혐의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불구속으로 수사받다가 기소돼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리하면 남의 대화를 몰래 노린 순간 이미 법의 선을 넘는다. 장치를 설치했는지, 실제로 녹음하거나 실시간으로 들었는지에 따라 성립 범위는 달라질 수 있지만, 호기심을 이유로 시도할 만한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