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6개월 만에 1,002건·1만3953명이 고발됐지만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0건이다. 판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에서 배제되거나 재판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는다. 담당 판사의 공정성이 의심되면 법왜곡죄 고발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기피신청이 정식 절차이며, 지연 목적이 명백한 신청은 법원이 간이기각한다.

지난 3월 12일 법왜곡죄가 시행된 뒤 6개월 동안 전국에서 1,002건, 대상 인원으로는 1만3953명에 대한 고발이 접수됐다. 직군별로는 경찰이 3,971명으로 가장 많고 검사 961명, 판사 734명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아직 0건이다. 접수된 사건 대부분은 불송치나 무혐의로 정리됐고, 일부만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행 초기부터 예고됐던 '보복성 고발'이 실제로 쏟아졌지만, 정작 죄가 인정된 경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셈이다.
이 숫자가 당사자에게 주는 첫 번째 답은 분명하다. 고발이 쏟아졌다고 해서 재판이나 수사가 실제로 멈춘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Mikhail Nilov
법왜곡죄는 판사·검사·경찰이 특정인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법을 고의로 왜곡했을 때 처벌하는 죄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로 무겁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 죄로 고발하는 것과, 그 사람이 맡은 사건이 멈추는 것은 별개다. 판사가 법왜곡죄로 고발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담당 사건에서 배제되거나 재판이 정지되는 절차는 없다. 고발은 수사기관에 대한 별도의 형사 문제일 뿐, 진행 중인 재판의 진행 여부를 직접 바꾸지 않는다.
물론 우려는 있다. 한 대법관 후보자는 "고소·고발을 당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판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판사들이 형사재판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나 불복 수단으로 고발이 남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는 제도 전반의 우려이지, 개별 당사자의 재판이 지연된다는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담당 판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볼 때 쓰는 정식 절차는 따로 있다. 형사소송법상 제척·기피·회피 제도다.
제척은 법이 미리 정해 둔 사유에 해당하면 별도 판단 없이 그 법관이 직무에서 빠지는 것이다. 기피는 당사자가 신청하는 제도로, 법관이 제척 사유에 해당하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원의 결정으로 배제한다. 회피는 법관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다.
핵심은 법왜곡죄 고발이 그 자체로 기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피가 받아들여지려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당사자가 소명해야 한다. 단순히 상대 판사를 고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고 담당 판검사를 법왜곡죄로 고발하는 것은 내 재판의 결과나 속도를 직접 바꾸는 수단이 아니다. 송치 0건이라는 통계가 그 한계를 보여준다.
공정성이 진짜 의심된다면 확인할 절차는 기피신청이다. 기피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소송 진행이 정지되지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는 예외이고 오로지 재판을 늦출 목적이 명백한 신청은 법원이 간이기각으로 곧바로 물리칠 수 있다. 신청 자체가 지연 카드로 쓰이지 못하도록 막아 둔 장치다.
내 재판이 늦어진다고 느껴진다면, 먼저 담당 재판부에 기일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사유가 분명할 때 기피신청 요건을 변호인과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