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이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인에게서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형사처벌한다. 명품처럼 고가의 선물은 이 금액을 한 번에 넘기기 쉬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3년 이하 징역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대가 적용 대상인지, 금액이 어느 구간인지, 받았다면 반환·신고 절차를 밟았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명품 시계나 가방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청탁금지법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은 받는 사람이 '공직자등'일 때만 작동한다. 공무원, 공직유관단체와 공공기관 임직원,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 교직원과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들의 배우자도 직무와 관련된 금품은 받을 수 없다.
반대로 민간 기업 직원끼리, 혹은 사업 파트너 사이에서 오간 선물은 이 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 경우는 회사 내부 규정이나 배임·뇌물 같은 다른 법리로 따질 문제다. 그래서 고가 선물을 앞두고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얼마짜리인가"가 아니라 "상대가 이 법의 대상인가"다.
Photo by Joppe Spaa on Unsplash
청탁금지법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기준선이 있다. 하나는 일상적인 접대와 선물을 허용하는 가액 상한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시행령에 따르면 음식물은 5만원, 선물은 5만원까지 허용된다. 음식물 한도는 2024년 8월 물가를 반영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 선물은 15만원, 설과 추석 기간에는 30만원까지 늘어난다. 경조사비는 5만원, 화환과 조화는 10만원이다.
다른 하나는 형사처벌로 넘어가는 선이다.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과 상관없이, 같은 사람에게서 1회에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넘겨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이 구간은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두 선 사이 구간, 즉 100만원 이하에서는 직무관련성이 갈림길이 된다.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받은 금액의 2배에서 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직무와 무관하다면 제재 대상에서 빠진다. 5만원 상한을 넘긴 명절 선물 정도가 대체로 이 구간에 걸린다.
명품이 문제가 되는 건 금액 때문이다. 시계나 가방, 고가 주류는 한 점만으로도 100만원 선을 쉽게 넘긴다. 과태료로 끝나는 구간을 건너뛰고 곧장 형사처벌 구간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법은 받는 사람만 처벌하지 않는다. 100만원을 넘겨 건넨 제공자도, 그가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선물을 준비하는 쪽도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받고 나서 문제를 인지했다면 방치가 가장 나쁜 선택이다. 청탁금지법은 받은 금품을 지체 없이 제공자에게 돌려주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한 경우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 반환과 신고가 곧 방어선이다.
특히 배우자를 통한 우회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소속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 본인이 책임을 진다.
정리하면 확인 순서는 이렇다. 첫째, 상대가 공직자등인가. 둘째, 금액이 5만원, 100만원 중 어느 선을 넘는가. 셋째, 넘겼다면 반환하거나 신고했는가. 이 세 가지가 과태료와 형사처벌, 혹은 무혐의를 가르는 실질적인 분기점이다. 고가 선물일수록 주는 순간이 아니라 받은 직후의 조치가 결과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