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국무총리·장관 겸직은 국회법 제29조가 명시적으로 허용한 예외다. 헌법 제43조가 겸직 금지 대상을 법률에 위임했고, 이 예외는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섞은 우리 헌법 설계와 짝을 이룬다. 겸직이 문제인지 아닌지는 신고·공개와 이해충돌·이중보수 통제가 작동하는지로 갈린다.

정치인 겸직 논란이 나올 때마다 "국회의원이 장관까지 하는 게 원래 되는 일이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직하는 것은 현행법이 정면으로 허용하는 예외다. 다른 겸직은 원칙적으로 막혀 있지만, 행정부 요직만은 열어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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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은 헌법 제43조다. 조문은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만 되어 있다. 헌법 자체가 겸직 금지 대상을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고, 어떤 직을 금지할지는 법률에 위임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겸직할 수 있고 없는지'는 헌법이 아니라 국회법을 봐야 답이 나온다. 헌법은 원칙만 세우고, 구체적인 선 긋기는 국회법의 몫으로 넘겼다.
그 선을 긋는 조문이 국회법 제29조다. 제1항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문장을 뒤집어 읽으면 뜻이 분명해진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즉 장관직만은 겸직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빼두었다는 뜻이다.
나머지 예외는 단서에 세 가지가 더 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그리고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이다. 이 세 가지와 국무총리·국무위원을 빼면 의원은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현행 조문은 2022년 5월 30일 시행된 개정 법률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 순수한 대통령제 국가라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적 분리가 원칙이어서, 미국에서는 현직 상·하원 의원이 장관을 맡을 수 없다.
한국 헌법은 여기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섞었다. 대통령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국회의원 중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법 제29조의 예외는 이 헌법 설계와 짝을 이룬다. 장관 겸직 의원이 종종 등장하는 건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지, 편법이 아니다.
겸직이 합법이라는 것과 아무 제약이 없다는 것은 별개다. 국회법은 장관 겸직을 허용하면서도 통제 장치를 함께 둔다. 의원은 겸직 사실을 신고해야 하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며, 겸직 내용은 공개된다. 겸직한 직에서 받는 보수는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어, 이중으로 급여를 챙기는 것도 막는다.
여기서 겸직이 '문제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가르는 기준이 드러난다. 판단의 축은 세 가지다. 본래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지, 두 자리 사이에 이해충돌이 생기는지, 보수를 이중으로 받지는 않는지다. 장관 겸직처럼 법이 정면으로 허용하고 이 장치들로 통제되는 겸직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아니다. 반면 신고·심사 없이 사익이 걸린 자리를 함께 맡으면 그때부터 논란이 된다.
일반 공무원은 기준이 더 엄격하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영리업무와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법에 명시된 예외라면, 일반 공무원의 겸직은 허가를 전제로 한 예외인 셈이다.
정치인의 겸직 뉴스를 볼 때 던져야 할 질문은 "겸직 자체가 되느냐"가 아니라 "그 겸직이 신고·공개되고 이해충돌이 통제되고 있느냐"에 가깝다. 장관 겸직은 그 통제 안에 있는 대표적인 합법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