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화 이민우를 속여 24억여 원을 가로챈 방송작가는 형사재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지만, 최근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형사처벌은 국가가 범죄를 벌하는 절차이고 민사는 피해자가 손해를 되찾는 절차라, 유죄가 나와도 잃은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형사 고소를 했다면 소멸시효와 가압류, 배상명령 제도까지 함께 확인해 민사 준비를 병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방송작가 A씨는 2019년 6월 가수 신화의 이민우가 성추행 혐의로 입건되자 접근했다. "검찰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를 받게 해주겠다, 고위직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이었다. 이민우는 자신의 도움 없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A씨는 그 뒤에도 돈을 더 요구해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 7억4000만 원까지 포함해 24억5559만 원을 가로챘다.
형사재판은 이미 끝났다. 1심과 2심은 징역 9년을 선고했고,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는 이민우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24억555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왜 다시 민사에서 돈을 물어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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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절차는 목적이 다르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범죄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과정이다. 죄를 응징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 목적이지, 피해자의 지갑을 채워주는 절차가 아니다.
반면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 회복을 청구하는 과정이다. 초점은 '누구를 벌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갚느냐'에 있다.
그래서 가해자가 징역형을 받아도 피해자가 잃은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형사판결문에 유죄가 적혀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통장에 배상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손해를 실제로 되찾으려면 피해자가 따로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A씨 측은 흥미로운 반박을 했다. 형사판결로 이미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는데, 민사로 같은 금액을 또 내면 이중배상이라는 논리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징금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켜 박탈하는 형사제재이지,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추징이 "피해자의 실질적 재산 피해를 복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과는 성질과 목적이 전혀 다르다"고 판시했다. 벌금이나 추징금은 국가로 가고, 피해 회복은 별도의 민사로 이뤄진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다만 이 민사 판결에는 양측 모두 항소해 2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피해자라면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다음을 확인하자.
정리하면, 형사처벌과 손해 회복은 다른 트랙에서 굴러간다. 가해자가 감옥에 갔다는 사실에 안심하지 말고, 잃은 돈을 되찾을 절차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이 남긴 실용적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