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측이 9440억 원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 불복해 2026년 8월 14일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재상고로 세 번째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지만, 환송판결의 기속력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여지는 좁다. 기록 접수 뒤 4개월 안팎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확정 시점을 가늠하는 첫 기준점이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새로 따지는 법원이 아니다. 법리 적용이 맞았는지만 본다. 그래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이 있다고 보면, 스스로 결론을 바꾸는 대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 이것이 파기환송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특별1부는 2025년 10월 16일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을 명한 원심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SK에 흘러들었더라도 그 출처가 뇌물인 이상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반면 위자료 20억 원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다.
돌려받은 서울고법 가사1부는 2026년 7월 24일 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다시 정해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은 이렇게 대법원이 짚은 부분만 다시 계산하는 절차다.
Photo by Wesley Tingey on Unsplash
파기환송심이 백지에서 다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436조에 따라 환송받은 법원은 대법원이 파기 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 대법원이 "이 계산은 틀렸다"고 하면 환송심은 그 취지를 따라야 한다.
이 기속력이 재상고 국면에서 중요하다. 환송심에서 이유 없다고 배척된 주장은 다시 상고 이유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정리된 쟁점을 되풀이해 다투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면 다시 상고할 수 있다. 이를 재상고라 한다. 세 번째로 대법원 판단을 받는 셈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기간 마감 직전인 2026년 8월 14일 재상고장을 서울고법 가사1부에 제출했다.
다만 재상고에서 다툴 수 있는 것은 환송심 판결에 새로 생긴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이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뺀 뒤에도 분할 비율이 높다는 점, 이혼 뒤 오른 SK㈜ 주가가 반영된 점, 2017년 SK실트론 지분을 분할 대상에 넣은 것이 맞는지 등을 다시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앞서 대법원이 이미 판단했고 환송심이 그 취지를 따랐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크게 세 갈래다.
| 결정 | 내용 | 결과 |
|---|---|---|
| 심리불속행 기각 | 상고이유 요건 미달 | 9440억 확정 |
| 본안 심리 후 기각 | 심리했으나 이유 없음 | 9440억 확정 |
| 재파기환송 | 법리 오해 인정 | 서울고법 재심리 |
가장 먼저 갈리는 지점이 심리불속행이다. 대법원은 소송기록을 접수한 뒤 4개월 안에 상고이유가 요건을 못 갖췄다고 보면 본안 판단 없이 기각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자기 사건의 진행 상황을 가늠하는 첫 기준점이 된다. 4개월이 지나도록 기각 통지가 없으면 본안 심리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기각으로 확정되면 분할금 지급 의무가 최종 확정된다. 이때부터 이자 부담이 따라붙는다.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데, 9440억 원 기준으로 연 472억 원, 하루 약 1억3000만 원 수준이다.
파기환송을 겪은 당사자가 확인할 지점은 분명하다. 첫째, 환송심이 대법원 지적을 넘어 새로 판단한 부분이 있는지다. 이미 배척된 쟁점이라면 재상고로 되살리기 어렵다. 둘째, 재상고장 제출과 기록 접수 시점이다. 심리불속행 기간 4개월이 여기서 시작된다. 셋째, 확정 시 붙는 지연이자다.
정리하면 재상고는 절차상 한 번 더 열려 있는 문이지만, 그 문이 결과를 바꿀 통로인지는 다른 문제다. 기속력이 작동하는 사건이라면 재상고심의 관심은 "뒤집힐까"보다 "언제 확정될까"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