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액면가 500억원대 위조 상품권을 현금화하려던 사건을 수사 중이고, 별도로 유령 상품권 업체를 통해 934억원을 세탁한 일당 7명도 구속됐다. 이런 상품권은 브로커와 중고 거래를 거쳐 일반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어 무심코 현금화한 사람도 법적 위험에 노출된다. 정말 몰랐다면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지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되고 형사와 별개로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하므로, 거래 전 발행사 조회로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9월 14일 액면가 500억원어치 위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던 정황이 얽힌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 송치했다. 거액의 빚을 진 30대 남성이 이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브로커가 거래를 중개했고, 사건은 결국 살인으로까지 번졌다. 브로커는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됐다.
비슷한 시기 경기남부경찰청은 수도권 다섯 곳에 유령 상품권 업체를 차려 놓고 934억원대 범죄수익을 세탁한 일당 7명을 구속 송치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건 하나다. 위조되거나 범죄수익이 얽힌 상품권은 브로커와 중고 거래, 현금화 서비스를 거쳐 얼마든지 일반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싼값에 상품권을 사서 되팔거나 현금화해 본 사람이라면 남의 일이 아니다.

Polina Tankilevitch
핵심은 '고의'다. 위조된 상품권을 진짜인 줄 알고 쓰거나 넘긴 행위가 위조유가증권 행사죄나 사기죄가 되려면,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 했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정말로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문제는 '미필적 고의'다. 확정적으로 가짜인 줄은 몰랐어도, 정황상 가짜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거래했다면 고의로 본다. 법원은 이를 정황으로 판단한다.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가격에 사들였거나, 정식 매장이 아닌 불분명한 경로로 넘겨받았거나, 진위를 확인할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면 불리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한 위조 물품 판매 사건에서 법원은 정품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값에 사들인 점을 두고 "가짜일 가능성을 의심했어야 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즉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몰랐다는 주장이 통하려면,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었고 확인할 것은 확인했다는 사실이 함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라는 점이다. 위조 상품권인 줄 몰랐더라도, 그걸 현금화해서 얻은 돈이나 되팔아 받은 대금은 정당한 이득이 아니다. 나중에 위조로 판명되면 그 돈은 돌려줘야 한다. 모르고 팔았어도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형사처벌은 피하더라도 이미 쓴 돈을 토해내고 상대방에 대한 배상 문제까지 떠안을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어는 거래 전에 진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싼값에 마음이 흔들릴 때 잠깐 멈추고 발행사 조회 한 번을 하는 것, 그것이 500억이든 몇만 원이든 위조 상품권에 얽히지 않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