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입으면 촬영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개로 시설 운영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시설 책임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고,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관리·감독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CCTV 등 증거 보전과 재발방지 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것이 실질적이다.

탈의실이나 화장실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입으면, 가장 먼저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촬영한 사람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탈의실처럼 성적 목적으로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행위는 별도의 죄로 추가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따라붙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가해자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이다. 시설을 운영한 업체에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느냐는 완전히 별개의 민사 문제로, 형사재판과 따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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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시설에서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운영자에게 책임이 생기지는 않는다. 우리 법은 시설 운영자에게 이용객의 안전을 배려할 의무를 지운다. 이용계약에 딸린 안전배려의무이자, 관리 소홀이 있으면 불법행위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핵심은 '과실'이 있었느냐다. 법원은 제3자의 범죄로 인한 손해라도 시설 측이 그 위험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런데도 위험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판단해 왔다. 반대로 통상적인 주의로는 막기 어려운 우발적 범행이었다면 시설 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 예견가능성과 조치의 적정성, 이 두 가지가 갈림길이다.
구체적으로는 탈의실·화장실 같은 사적 공간에 대한 정기적인 몰래카메라 점검을 했는지, 위장 침입 같은 이상 징후 신고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출입 관리 체계가 있었는지가 따진다. 이런 관리가 형식적이었다면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민사 손해배상은 형사 절차와 별도로 제기한다. 청구의 뼈대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다. 가해자와 시설 운영자를 함께 상대로 청구할 수 있고, 각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 범위가 나뉜다.
형사재판에서 나온 유죄 판결과 수사기록은 민사에서 유력한 증거가 된다. 그래서 형사 고소를 병행하는 것이 손해배상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시효에 주의해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면 3년이라는 기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
피해가 의심되거나 확인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증거를 확보하는 순서로 움직이는 게 실질적이다. 시설 측에 다음을 요구하고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형사·민사 모두에 유리하다.
시설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결국 그 시설이 위험을 얼마나 예견할 수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에 달려 있다. 관리가 부실했다는 정황을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