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직위해제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처분 효력이 본안 판결 전까지 임시로 멈춰 신분과 급여가 유지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최근 확정한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 사건처럼, 공공복리를 이유로 직무 복귀는 막고 급여만 지급하도록 나눠 판단하기도 한다. 집행정지는 잠정 조치라 본안에서 지면 효력이 되살아나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 같은 요건을 갖췄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해임 통보를 받으면 그날로 신분과 급여가 모두 끊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해임됐는데도 월급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의 효력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멈추는 제도다. 해임 처분의 효력이 멈추면 법적으로는 아직 해임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신분이 유지되고 급여도 다시 나올 수 있다. 핵심은 '임시로'라는 단어에 있다.

거열 박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처분의 효력과 집행, 뒤따르는 절차가 멈춘다. 해임이라면 해임의 효력 자체가 정지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신청 내용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일부만 받아들이기도 한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집행정지가 인용됐다고 해서 반드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법원은 직무 복귀와 급여 지급을 나눠서 판단할 수 있다. 복귀시켰을 때 조직에 혼란이나 공공복리 저해가 우려되면 복귀는 막되, 생계와 직결되는 급여는 지급하도록 정하는 식이다.
이 구조를 잘 보여준 것이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 사건이다. 그는 2026년 2월 사유화 논란과 예산·업무추진비 비리 등을 이유로 해임됐고, 곧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그해 5월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했다. 이미 새 관장이 취임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함께 직무를 수행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직무 복귀는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급여는 지급하라고 했다. 70세로 다른 생계 수단이 없고 임기 보장에 따른 급여 기대가 컸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9월 2일 이 결정을 그대로 확정했다. 해임됐지만 복귀는 못 하고 월급은 받는, 언뜻 모순돼 보이는 상태가 실제로 만들어진 셈이다.
주의할 점은 집행정지가 승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처분이 정당한지는 본안 소송에서 따로 다툰다. 집행정지는 그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손해를 막는 잠정 조치일 뿐이다.
김형석 전 관장의 급여 지급도 본안 1심 결론이 나오거나 원래 임기가 끝날 때까지로 정해졌다. 본안 첫 변론은 다음 달로 잡혀 있다. 만약 본안에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멈춰 있던 처분의 효력은 되살아난다. 집행정지 인용을 최종 승리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집행정지를 신청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다음을 요구한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돈으로 배상하기 어렵거나, 배상되더라도 참고 견디기 힘든 손해를 뜻한다. 해임처럼 신분과 생계가 걸린 처분은 이 요건을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앞선 사례처럼 복귀가 제한될 수 있다. 신청을 고려한다면 본안 소송과 함께 이 요건들을 어떻게 소명할지부터 준비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