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은 1심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새 증거까지 다시 심리하는 속심이어서, 형사소송법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항소 주체에 따라 형량이 바뀔 수 있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지 않지만, 검사가 항소하면 형이 늘거나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바뀔 수 있다. 항소심 보도를 볼 때는 항소 주체, 파기인지 기각인지, 형이 바뀐 근거를 함께 확인하면 결과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우리 형사재판은 세 번까지 판단받을 수 있는 3심제다. 1심에서 유죄와 형이 정해져도 항소심(2심)이 그 결론을 그대로 복사하지는 않는다. 항소심은 1심 기록을 넘겨받되 새 증거와 주장까지 다시 살피는 '속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사건이라도 2심에서 형이 줄거나 늘고, 유무죄 판단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김건희 전 여사의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도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보도를 보며 "왜 또 재판하나" 싶다면 항소심의 역할부터 짚어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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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형량을 이해하는 첫 열쇠는 항소한 주체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두고 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규칙이다. 항소했다는 이유로 형이 더 무거워진다면 아무도 항소하지 못할 테니, 방어권을 지키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반대로 검사가 항소하면 이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경우, 항소심은 형을 늘리거나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바꿀 수 있다. 같은 항소심이라도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과 검사가 함께 항소한 사건은 결과의 폭이 다르다.
형이 무거워졌는지 가벼워졌는지는 징역 몇 년인지로만 따지지 않는다. 법원은 전체적인 불리함을 종합해서 본다.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바뀌었는지, 몰수·추징 금액이 늘었는지, 수강명령이나 보호관찰 같은 부가처분이 추가됐는지가 모두 포함된다.
징역 기간이 같아도 추징금이 크게 붙으면 피고인에게는 더 불리한 결과일 수 있다. 반대로 징역이 조금 늘어도 다른 처분이 빠지면 단순 비교가 어렵다. 숫자 하나만 보고 형이 늘었다거나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항소심이 1심 형을 그대로 두지 않고 파기하는 데도 기준이 있다. 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때, 또는 항소심 심리에서 새로 드러난 자료를 종합하면 1심 형을 유지하는 게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다.
항소심 판사가 "내 생각엔 더 무겁게" 식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1심 판단이 불합리하거나 새 사정이 있어야 형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피해 회복이나 합의, 반성 같은 사정이 항소심에서 새로 인정되면 감형 요인이 되고, 불리한 사정이 드러나면 반대로 작용한다.
항소심 기사를 읽을 때 다음을 확인하면 결과를 훨씬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여기까지 확인하면 "1심과 왜 다르지"라는 의문은 대부분 풀린다. 다만 항소심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법률심인 상고심, 즉 대법원이 남아 있어 항소심 결과가 다시 확정 여부를 판단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