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은 순간풍속 10~15m/s를 넘으면 크레인 등 옥외 작업을 멈추도록 정하고, 사망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까지 질 수 있다. 악천후라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 않고, 작업중지 의무를 지켰는지가 책임을 가른다. 사고가 났다면 현장 사진과 작업지시 기록, 목격자 진술을 먼저 확보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해야 한다.

태풍 크로반이 지나간 9월 4일 오후, 제주항 부두에서 크레인이 강풍에 쓰러졌다. 바지선 선주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숨졌고, 크레인 기사는 골절상을 입었다. 제주에서만 강풍 피해 신고가 이틀 새 43건 접수됐다.
이런 사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반박이 "태풍 탓"이다. 그러나 악천후는 그 자체로 사업주의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핵심은 위험한 날씨에 작업을 멈췄어야 했는지, 그리고 멈추게 할 의무를 사업주가 지켰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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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사업주가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도록 정하고 있다. 제52조는 근로자 스스로도 위험을 느끼면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으며, 그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못 박는다.
풍속 기준은 더 구체적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는 순간풍속이 초당 10미터를 넘으면 타워크레인의 설치·수리·점검·해체를, 초당 15미터를 넘으면 운전작업 자체를 중지하도록 규정한다. 초당 30미터가 넘는 바람이 분 뒤에는 옥외 양중기를 다시 쓰기 전에 이상 유무를 점검해야 한다.
이 숫자들이 중요한 이유는 책임 판단의 객관적 선이 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실측 풍속이 기준을 넘었는데 작업을 강행했다면, "예측 못 한 사고"라는 항변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겹치면 책임의 층위가 하나 더 생긴다. 이 법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할 의무를 지운다. 의무를 어긴 것만으로 바로 처벌되지는 않지만, 그 위반이 사망 같은 중대산업재해로 이어지면 경영책임자 개인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질 수 있다. 부상·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고, 법인에도 사망 50억원, 부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따로 부과된다. 5년 안에 같은 사고가 반복되면 형은 절반까지 무거워진다.
실제 형량은 편차가 크다. 최근 선고를 보면 벌금 2천만~5천만원에 그친 사건부터 징역 실형까지 갈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26년 5월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에 착수한 것도 이 들쭉날쭉함 때문이다.
같은 악천후 사고라도 결과가 나뉘는 지점이 있다. 태풍으로 위험이 예상되거나 이미 발생한 상황이면 원칙적으로 작업을 멈춰야 하지만, 긴급 복구작업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문제는 실제로 그것이 미룰 수 없는 긴급 복구였는지, 아니면 공기를 맞추려는 통상 작업이었는지다.
책임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풍속 등 객관적 중지 기준을 넘겼는지, 작업중지·대피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안전 확보 체계가 문서와 현장에서 함께 작동했는지. 이번 제주 크레인 사고 역시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조사 결과에 달려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책임 판단은 결국 증거 싸움이 된다. 현장 근로자와 관리자가 사고 직후 확보해두면 좋은 것들이다.
산재 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하면 시작된다.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사에 방문·우편·팩스로 내거나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에서 전자 제출할 수 있다. 사망 등 중대재해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가 함께 진행되므로, 회사가 정리한 경위만 믿지 말고 근로자 측이 확보한 자료를 별도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날씨는 통제할 수 없지만, 그 날씨에 일을 시켰는지는 기록으로 남는다. 책임의 무게도 거기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