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대학 시간강사가 자신의 수업을 듣던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돼 다음 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살인 양형에서 시신 훼손·유기와 신뢰관계 이용은 형을 무겁게 하는 요소이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처벌 자체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다만 형은 재판에서 정해지므로, 신뢰관계가 실제 범행에 이용됐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된다.

경북 경산에서 8월 20일 발생한 이 사건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사제관계였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피의자 정모(31)씨는 경산의 한 대학에서 지난 학기 전공 수업을 맡은 중국 국적 시간강사이고, 피해자는 그 수업을 들었던 중국인 여성 유학생이다.
정씨는 살인과 시신 훼손·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토대로 8월 30일 시신 일부를 추가로 수습했고, GPS 자료로 범행 전후 행적을 분석하고 있다. 다음 주 중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정씨는 조사에서 "피해자와 비밀 연애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 지인들은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직접 피해자 실종신고를 낸 정황도 확인돼, 경찰은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직 재판 전이며, 유무죄와 형량은 법원에서 가려진다.

거열 박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을 동기에 따라 다섯 유형으로 나눈다. 참작할 만한 동기부터 극단적 인명경시까지 단계가 있고, 같은 유형 안에서도 가중요소가 많으면 형을 더 높게 권고한다.
이 사건과 맞닿는 지점이 여기다. 양형기준은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한 경우를 명확한 가중요소로 두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믿을 수밖에 없던 관계, 즉 신뢰관계를 이용한 범행도 형을 무겁게 하는 사정으로 반영된다.
다만 이는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가중요소가 있다고 형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동기·계획성·범행 후 정황을 종합해 재판부가 판단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의 근거와 수위는 같다. 형법 제2조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사람에게 내국인·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형법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외국 국적이어도,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면 한국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한국 법원이 재판한다.
달라지는 것은 처벌 수위가 아니라 절차적 보장이다. 한국어가 서툰 피의자에게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통역인을 제공해야 하고, 체포·구속 사실은 본인이 요청하면 해당국 영사기관에 통보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변호인 없이는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해 조사가 미뤄진 적이 있다.
형이 확정돼 실형을 살게 되면, 외국인은 복역을 마친 뒤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 처벌을 피해 출국하는 것이 아니라, 형을 다 치른 다음에 국외로 내보내지는 순서다.
핵심은 '아는 사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피해자가 상대를 믿고 경계를 낮춘 관계를 가해자가 실제 범행에 이용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스승과 제자, 보호·감독하는 위치, 지위상 우위처럼 신뢰가 전제된 관계일수록 그 무게가 커진다.
이 사건에서 대학 측은 같은 국적이라 피해자에게 피의자가 낯선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관계가 접근을 쉽게 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가중 사정으로 다뤄질 수 있다. 반대로 관계가 범행과 무관하게 우연히 존재했을 뿐이라면 그만큼 비중은 줄어든다.
결국 신뢰관계는 그 자체로 형을 정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범행 경위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요소다. 수사 결과와 재판에서 이 연결고리가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형량을 가르는 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