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유죄를 미리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신병 확보 수단으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70조의 세 가지 사유를 심사한다. 마세라티 음주 사망사고에서 법원이 밝힌 구속 사유도 "도망할 염려"였듯, 구속 여부는 혐의의 무게보다 주거·직업·가족관계 같은 도주 우려 정황으로 갈린다. 뉴스 속 '구속'을 유죄로 읽기보다, 어떤 사유로 구속됐는지와 실제 형량은 별개라는 점을 구분해 보면 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소식을 접하면 "저 사람은 구속됐는데 왜 다른 사건은 불구속이지?"라는 의문이 든다. 답의 출발점은 하나다. 구속은 유죄를 미리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애지 못하도록 신병을 확보하는 장치다.
2026년 8월 27일 밤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에서 마세라티를 몰던 40대 황모씨가 배달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밝힌 사유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였다. 이 한 문장에 구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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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의 요건은 형사소송법 제70조에 정리돼 있다. 먼저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 세 가지 사유 중 하나가 인정돼야 한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그리고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다.
2007년 개정으로 같은 조 제2항이 덧붙었다. 법원은 이 사유들을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 항목들은 별도의 구속 사유가 아니라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요소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해석이다. 사안이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도주 우려는 막연한 심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황으로 따진다. 법원이 살피는 대표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예상 형량이 무거울수록 도주할 동기가 크다고 보기 쉽다. 위험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특가법 제5조의11), 사망 사고는 그 자체로 도주 유인이 크다고 평가되는 편이다. 그러나 이 항목 하나로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안정적인 직업과 가족관계, 성실한 수사 협조가 확인되면 같은 혐의라도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경우가 있다. 구속과 불구속을 가르는 것은 혐의의 이름보다 이런 정황의 조합이다.
증거인멸 우려도 함께 본다. 음주 수치처럼 사고 직후 이미 측정돼 객관적으로 남는 증거가 있으면 인멸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목격자나 관계인의 진술에 좌우되는 사건일수록 우려가 커진다.
구속 여부는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구속된 피의자도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고, 불구속으로 수사받다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한다. 구속은 어디까지나 재판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신병 확보 수단이다.
다만 현실적인 영향은 있다. 구속 상태에서는 방어를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재판부가 양형을 정할 때 피해 회복 노력이나 반성 여부를 함께 보기 때문에 구속 이후의 태도가 형량 판단에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와의 합의나 안정적 신원 소명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준비할 여지가 생긴다.
뉴스에서 '구속'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그것을 유죄 선고로 읽을 필요는 없다. 그 단어가 알려주는 것은 법원이 이 피의자를 풀어두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사실 하나다. 형량은 그다음, 정식 재판에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