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이 식별되는 사고·분쟁 영상을 동의 없이 올리면 공익 목적을 내세워도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실제 법원은 공공장소 촬영이나 공익 주장만으로는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고 얼굴을 가리는 최소한의 조치를 요구했다. 신원이 특정되는지, 얼굴을 가렸는지, 허위나 모욕적 표현을 덧붙였는지에 따라 삭제·사과로 끝날 수도, 형사 책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영상부터 올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상대의 얼굴이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내가 피해자여도 나까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방송인 박위 씨가 8월 14일 KTX 승강장에서 휠체어가 넘어진 사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가 일주일 만에 삭제하고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한 일이 그 경계를 보여준다.
핵심은 단순하다. 잘못을 지적하려는 목적이 정당해도, 그 방법으로 특정인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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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은 자신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특징을 동의 없이 촬영·공개당하지 않을 권리다. 침해 여부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식별 가능성이다. 정면 얼굴이 아니어도 옆모습, 옷차림, 배경, 상황을 종합해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성립한다. 모자이크를 안 했거나 대충 했다면 여기 걸린다.
둘째는 동의다. 촬영에 동의한 것과 인터넷에 올리는 데 동의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CCTV처럼 촬영 자체는 합법이어도, 그 화면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순간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상대가 현장에서 사과했다는 사실은 공개 동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안전 문제를 알리려 했다"는 항변은 자주 나온다. 법원이 이걸 무조건 받아주지는 않는다.
초상권이 걸린 사건에서 법원은 이익형량을 한다. 공개로 얻으려는 공익이 얼마나 크고 중대한지, 그 목적을 위해 꼭 얼굴까지 드러내야 했는지,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를 따진다. 반대편에는 얼굴이 노출된 사람이 입는 피해가 놓인다.
실제 사례가 참고가 된다. 한 남성이 타인의 영상을 SNS에 올리며 "부적절한 행동에 경각심을 주려는 공익적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춘천지방법원은 초상권 침해로 보고 200만 원 배상을 명했다. 옆모습만 찍혔고 실명도 없었는데도 그랬다. 조회수 27만 회에 비하 댓글이 달린 점, 그럼에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법원은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이나 공익적 목적만으로는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바꿔 말하면, 공익을 인정받으려면 얼굴을 가리는 최소한의 조치는 하고 나서야 필요성·긴급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초상권 침해 그 자체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민사 손해배상, 혹은 삭제와 사과로 마무리된다. 박위 씨 사례처럼 빠르게 내리고 사과하면 분쟁이 커지기 전에 정리되는 쪽에 가깝다.
문제는 영상에 말이 얹힐 때다. 얼굴과 실명을 함께 반복해서 노출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모욕적 표현을 덧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고, 사안이 무거우면 실형이 선고된 예도 있다. 명예훼손은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는 점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까다롭다.
정리하면 초상권은 민사, 명예훼손·모욕은 형사라는 두 개의 트랙이 있고, 표현이 악의적이고 반복적일수록 형사 쪽으로 넘어간다.
억울함을 알리는 일과 특정인의 얼굴을 박제하는 일은 다르다. 이 조건들에 하나라도 걸린다면, 모자이크 후 올리거나 아예 공개를 보류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