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현장의 안전조치를 따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경영진의 안전 확보의무를 따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동시에 적용된다. 산안법은 사업주와 현장 행위자를 7년 이하 징역으로,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며 2024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유족은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어느 법이 걸리는지와 인과관계 입증 여부를 사건별로 구분해 봐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면 회사를 겨누는 법이 하나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동시에 작동한다. 둘은 처벌 대상도, 묻는 책임도 다르다. 이 구분을 알아야 뉴스에 나오는 '대표이사 기소'와 '현장소장 입건'이 왜 갈리는지 이해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7월 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공작기계 정비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사고 기계에는 작업 중 오작동을 막는 인터록 안전장치가 없었고,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38건을 적발해 86건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여기서 두 법이 각각 어떻게 걸리는지가 핵심이다.

KATRIN BOLOVTSOVA
산업안전보건법은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지켰는지를 본다. 방호장치 설치, 작업 전 안전점검 같은 현장 의무를 어겼고 그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책임을 묻는다. 처벌 대상은 그 의무를 진 사업주와 실제 행위자, 즉 현장 관리자 등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층위가 다르다. 개별 조치가 아니라 안전보건 확보의무, 즉 회사가 안전관리 체계 자체를 갖췄는지를 따진다. 그래서 겨누는 사람이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다. 현장의 실수가 아니라 안전 시스템을 방치한 최고 결정권자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 구분 | 산업안전보건법 | 중대재해처벌법 |
|---|---|---|
| 주요 대상 | 사업주·현장 행위자 | 대표 등 경영책임자 |
| 위반 대상 |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 안전보건 확보의무 |
| 사망 시 처벌 | 7년 이하 징역·1억 이하 벌금 | 1년 이상 징역·10억 이하 벌금 |
| 법인 벌금 | 10억원 이하 | 50억원 이하 |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법인에도 제173조 양벌규정에 따라 10억원 이하 벌금이 별도로 부과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수위가 더 높다.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이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다. 법인은 최대 50억원까지 벌금을 문다. '1년 이상'은 형의 하한을 정한 것이어서, 산안법보다 실형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공사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 소규모 사업장 대표라고 비켜갈 수 있는 법이 아니다.
다만 처벌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책임자의 확보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인과관계와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볼지가 자주 쟁점이 된다.
형사처벌은 국가가 가해자를 벌하는 절차다. 유족이 받는 배상과는 트랙이 다르다. 유족이나 다친 근로자는 형사 결과와 별도로 회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산업재해보상보험과의 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산재보험 급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되고, 위자료나 산재보험이 메우지 못하는 초과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형사에서 유죄가 나면 민사에서 유리한 정황이 되지만, 형사 무죄가 곧 민사 책임 면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두 절차의 입증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산재 사망 사고 하나에 현장 책임자와 경영책임자를 겨눈 형사절차, 법인 벌금, 유족의 민사 배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회사가 안전에 문제없었다고 해명해도 이 세 갈래는 각각 따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