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형제가 법에 남아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28년째 집행이 멈춘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선고해도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법 개정이 아니라 정권의 비공식 방침과 국제 흐름에 있다. 사형 선고가 무기징역과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위헌심판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함께 봐야 판결 뉴스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2026년 8월 31일 검찰은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9월 30일로 잡혔다. 이런 소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사형이 선고되면 집행되는 건가'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한국에서 사형 선고는 사실상 '집행되지 않는 최고형'에 가깝다. 법정 최고형이라는 상징적 무게는 그대로지만, 선고와 실제 집행 사이에는 28년째 이어진 공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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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이었다. 김영삼 정부 임기 말에 흉악범 23명이 한꺼번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 뒤로 단 한 명도 집행되지 않았다. 2025년 12월 30일이 정확히 28년째 되는 날이었다.
집행이 멈춘 건 국회가 사형제를 없앴기 때문이 아니다. 이듬해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집행을 중단하는 비공식 방침을 세웠고, 이후 정권들도 이를 뒤집지 않았다. 형법에는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집행 명령을 내려야 할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가 이어진 셈이다.
국제 기준도 이 흐름을 굳혔다. 10년 이상 집행이 없는 나라를 국제앰네스티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2020년 유엔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뒤 2022년과 2024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대외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나라'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교정시설에는 확정 사형수가 남아 있다. 2025년 말 기준 57명(민간인 53명, 군인 4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며, 이들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182명에 이른다.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마지막 사례는 2016년이었다. 선고는 드물게 이어지지만 집행은 없는,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집행이 안 된다면 사형과 무기징역은 결국 같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실무에서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갈림길은 가석방이다. 형법상 무기징역은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72조). 다만 심사 대상이 된다는 것일 뿐 석방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강력범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이 가석방 문턱을 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사형은 원칙적으로 가석방 자체가 없다.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어도 법적 지위는 '집행 대기 중인 사형수'다. 형이 무기징역으로 바뀌는 감형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20년 뒤 사회로 나올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기징역과 구분된다.
제도 자체의 운명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형제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위헌 심판대에 올랐지만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2019년 제기된 세 번째 헌법소원은 지금도 헌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결정이 나오면 사형제의 법적 위상이 한 번 더 정리된다.
입법 쪽에서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중간 형벌'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사형은 집행하지 않고 무기징역은 20년 뒤 가석방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메우기 위해, 법무부는 2023년 10월 30일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찬성했지만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우려를 표했고, 결국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정리하면 지금 구도는 이렇다. 사형은 선고돼도 집행되지 않고, 무기징역은 이론상 출소 가능성이 남으며, 그 틈을 메울 절대적 종신형은 아직 법이 되지 못했다. 사형 구형 뉴스를 볼 때 '집행될까'를 묻기보다, 확정되면 이 사람이 실제로 어떤 조건에 놓이는지를 따져보는 편이 현실에 더 가깝다. 헌재의 세 번째 결정과 국회의 재입법 여부가 이 공백을 언제 어떻게 정리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