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6개월간 고발이 1,002건 접수됐지만 대상 인원의 58%는 판검사·수사관이 아닌 사람이었고 검찰 송치는 한 건도 없다. 이는 이 죄가 적용 신분과 성립 요건을 좁게 정해 두어 대부분의 고발이 요건을 채우지 못한 채 걸러진다는 뜻이다. 고발을 검토한다면 상대의 신분, 행위 시점, 고의·목적 요건을 먼저 따져야 한다.
법왜곡죄는 2026년 3월 1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다.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2월 26일, 재석 170명 중 찬성 163명) 약 2주 만이었다.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고발이 접수됐지만, 문제 삼은 행위가 시행일 이전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이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다.
경찰이 밝힌 6개월(3월 12일~9월 12일) 통계는 고발의 열기와 결과 사이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접수는 1,002건, 대상 인원은 1만3,953명에 달했다. 그러나 종결된 사건 중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어간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757건(1만1,716명)은 불송치·이송으로 정리됐고, 245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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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58.1%다. 전체 대상 1만3,953명 가운데 8,113명이 법왜곡죄가 겨냥하는 신분, 곧 법관·검사·수사관이 아닌 '기타 비신분자'였다. 고발장에 이름이 올랐지만 조문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는 뜻이다.
법왜곡죄가 적용되는 신분은 좁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범죄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한정된다. 민사·행정 재판을 맡은 판사, 사건 상대방, 담당 변호사, 일반 공무원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신분자만 따로 보면 경찰관이 가장 많았다.
| 직군 | 접수 인원 |
|---|---|
| 경찰관 | 3,971명 |
| 검사 | 961명 |
| 법관 | 734명 |
| 특별사법경찰관 | 158명 |
| 검찰수사관 | 16명 |
두 번째로 많이 걸러지는 지점은 고의와 목적 요건이다. 법왜곡죄는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조문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알면서 배제한 경우 등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증거를 조작·위조하거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쓴 경우도 포함된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다.
핵심은 '알면서'와 '목적'이라는 두 낱말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 해석 범위 안의 재량적 판단은 처벌에서 제외한다는 점이 명시됐고, 논란이 컸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법리 해석이 갈리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송치 0건이라는 결과는 이 문턱이 실제로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치가 남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감정이 아니라 요건으로 점검해야 걸러지는 다수에 합류하지 않는다.
하나 덧붙이면, 법왜곡죄 고발은 불리한 재판 결과를 뒤집는 절차가 아니다. 판결에 대한 불복은 항소·상고·재심 같은 별도의 길로 다퉈야 한다. 고발은 그와 분리된 형사 문제이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고발은 앞선 8,113명처럼 '대상 아님'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