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거창지원은 산불을 낸 60대에게 병적 방화 질환은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은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진단명이 있다는 사실과 범행 당시 판단력이 실제로 미약했는지는 별개라는 뜻이다. 심신미약 감형은 2018년부터 법원 재량이 됐으므로, 자기 사건에 적용될지는 진단서가 아니라 범행 정황으로 갈린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부는 2026년 9월 17일, 산에 불을 지른 60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10년이었으니 구형보다 무거운 형이 나온 것이다.
A씨는 올해 1~2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 일대에서 세 차례 불을 냈다. 2월 21일 함양 마천면 창원리 산불로는 232㏊, 축구장 약 327개 넓이의 산림이 탔고 피해액이 9억원대에 이르렀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심신미약이었다. A씨 측은 정신감정에서 '병적 방화' 질환이 확인됐다며 형을 줄여달라고 했다. 재판부도 질환 자체는 인정했다. 그런데도 "스트레스와 음주로 인한 범행으로 보여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이 있다는 사실과, 그 병이 불을 지르던 순간의 판단력을 실제로 무너뜨렸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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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를 두 단계로 나눈다.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아예 없으면 심신상실로 보아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한 정도면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변화가 하나 있다. 2018년 12월 형법 개정으로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경이 '반드시 깎아준다'(필요적)에서 '깎아줄 수 있다'(임의적)로 바뀌었다. 지금은 심신미약이 인정돼도 형을 줄일지 말지가 법원의 재량이다. 진단명이 곧 감형이라는 공식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법원이 보는 것은 병명이 아니라 범행 당시의 상태다. 의학적 감정 결과에 더해 범행 전후의 정황을 함께 따진다.
비슷한 진단을 받고도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2018년 1년간 16차례 불을 지른 피고인이 알코올의존증과 병적방화벽 진단을 받았는데도 "형법이 규정한 심신미약의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가 "지역사회에서의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장소를 옮겨가며 반복하는 계획성, 범행을 기억하고 진술하는 능력,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정도가 모두 '판단력이 미약했다'는 주장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불을 지른 뒤 스스로 껐던 사건에서는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때도 실형이 선고됐다. 심신미약이 인정된다고 곧 풀려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방화죄의 법정형은 불을 지른 대상에 따라 크게 갈린다.
| 대상 | 근거 조항 | 법정형 |
|---|---|---|
| 사람 있는 건물 | 형법 제164조 | 무기 또는 3년 이상 |
| 사람 없는 일반 건물 | 형법 제166조 | 2년 이상 |
| 그 밖의 물건 | 형법 제167조 | 1년~10년 |
| 산림 | 산림자원법 제71조 | 7년~15년 |
산에 불을 내면 형법이 아니라 산림 관련 법이 적용돼 형량 자체가 올라간다. 타인 소유 산림 방화는 산림보호법상 5년 이상 15년 이하다.
여기에 재범, 피해 규모, 인명 위험, 계획성이 형을 끌어올린다. A씨는 과거 '봉대산 불다람쥐'로 불리며 연쇄 방화로 징역 10년을 살고 2021년 출소한 전력이 있었다. 구형을 넘는 12년이 나온 배경에는 이런 재범 이력이 있다.
정리하면, 병적 충동이 있다는 진단만으로 형이 줄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계획적으로 반복했거나 재범이라면, 진단서보다 범행 정황이 판단을 좌우한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