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에게 가상화폐 6억여 원을 받고 지령을 수행한 40대가 2026년 9월 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간첩죄 법정형은 최소 징역 7년에서 사형까지지만, 실제 형량은 기밀 등급과 기수 여부, 감경 사유를 거친 처단형 안에서 정해진다. 가상자산 수수는 형을 자동으로 올리는 별도 죄가 아니라 이적행위의 대가로서 죄질을 무겁게 보는 양형 인자이자 자금 추적 증거로 작용한다.
북한 공작원에게서 가상화폐 6억여 원을 받고 지령을 수행한 40대가 2026년 9월 5일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의문은 하나다. 간첩죄면 훨씬 무겁게 처벌받는 것 아닌가.
법정형만 보면 그렇다.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한 자를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이번 사건에 적용된 국가보안법 제4조도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경우를 다루는데, 기밀이 국가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줄 수준이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 그 밖의 기밀이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다.
기준점이 이렇게 높다. 그런데 실제 선고는 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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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형은 출발선일 뿐이다. 법원은 법정형에서 시작해 법률상 감경과 정상참작감경을 거쳐 '처단형'이라는 실제 형량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선고형을 고른다.
간첩죄에서 형량을 크게 가르는 첫 변수는 기밀의 등급이다.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도 최고 수준의 국가기밀이 걸리면 하한이 무기징역까지 올라가지만, 그보다 낮은 등급이면 7년 이상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는지,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는지, 정상참작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하한은 더 내려갈 수 있다. 형법상 정상참작감경이 적용되면 하한이 절반까지 낮아지므로, 7년이 시작점이어도 5년 선고는 구조적으로 가능하다.
함께 선고된 자격정지 5년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격정지는 공무원이 되거나 선거권·피선거권을 행사하는 등의 자격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형벌로, 국가안보를 침해한 범죄에 징역과 함께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징역형만큼 체감되진 않지만, 출소 뒤에도 일정 기간 제약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5년이 나온 정확한 근거, 즉 어떤 기밀 등급이 인정됐고 어떤 감경이 적용됐는지는 판결문이 공개돼야 확인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건 선고 결과와 재판부의 양형 요지 정도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다. 돈을 많이 받았으니 그만큼 형이 자동으로 올라갔다고 보긴 어렵다.
가상자산 수수 자체가 형량을 정하는 별도 죄목은 아니다. 대신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첫째는 양형이다. 재판부는 "6억 원이 넘는 가상화폐를 받고 지령에 따라 이적행위에 나아가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대가를 받고 움직였다는 사실이 범행의 동기와 적극성을 보여주는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된 것이다.
둘째는 증거다. 텔레그램 지령과 함께 오간 가상자산의 흐름은 범행을 입증하는 자금 추적의 단서가 된다. 익명성이 높다는 통념과 달리, 수사기관 입장에서 자금 이동 기록은 관계와 대가성을 드러내는 물증에 가깝다.
이번 피고인에게는 다른 불리한 사정도 있었다.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진정한 반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같은 공작원과 관련된 별도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간첩 사건의 형량을 하나의 숫자로 말하긴 어렵다. 기밀의 등급, 조직적 가담 여부, 자백과 반성 태도, 전과가 사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 사건(1심) | 형량 | 특징 |
|---|---|---|
| 가상자산 수수(2026.9) | 징역 5년 | 단독 정보수집·부인 |
| 민주노총 간부(2024.11) | 징역 5~15년 | 조직적·다수 피고인 |
2024년 11월 민주노총 간부 간첩 사건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된 반면,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인물은 5년에 그쳤다. 같은 '간첩'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형량이 세 배까지 벌어진 것이다.
유사 사건을 견줄 때 봐야 할 지표는 결국 형량 숫자 하나가 아니다. 어떤 등급의 기밀이 인정됐는지, 조직적 행위였는지,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했는지, 재범인지를 함께 봐야 형량의 무게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1심 결과인 만큼, 검찰이나 피고인의 항소로 형량이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