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방송인 황정민을 스토킹한 40대 여성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이 여성은 앞서 받은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에 스스로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는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이 적용돼, 이번 재판에서는 벌금액이 오를 수는 있어도 징역 같은 실형으로 바뀌지 않는다. 구형은 검찰의 요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못하며, 스토킹이 실형으로 이어지려면 정식기소나 잠정조치 위반 같은 다른 경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검찰이 방송인 황정민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구형'이라는 단어다. 구형은 검사가 "이 정도 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구하는 의견일 뿐, 실제 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이다. 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 구형은 재판의 결론이 아니라 검찰이 제시하는 참고 의견에 가깝다.
그래서 구형액과 선고액이 다른 일은 흔하다. 구형보다 낮게 선고되기도 하고, 무죄가 나오기도 한다. 이 사건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구형이 1000만원이어도 이번 재판에서는 벌금이 실형으로 바뀔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 여성이 재판을 받게 된 경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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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흐름을 보면 이렇다. 이 여성은 지난해 8월 기소됐고, 올해 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약식명령은 정식 재판 없이 서류 심리만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간이 절차다. 검사가 사안이 벌금형에 해당한다고 보고 약식으로 청구하면 법원이 서면만 보고 결정하는데, 이 명령을 받은 사람은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투겠다고 밝힐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은 이 300만원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동시에 황정민을 상대로 약 2억원의 민사소송도 냈다. 형사재판과 민사소송은 별개의 절차라, 형사에서 벌금이 확정되는 것과 민사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정해지는 것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움직인다.
검찰이 밝힌 범행 내용은 가볍지 않다. 연락이 차단된 뒤에도 황정민과 그 아들에게 518회 연락했고, 혈흔이 묻은 물건 사진이나 시신 사진, 유서 파일 같은 것을 보내 극심한 공포를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행 기간이 길고 일방적 연락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 피해자의 엄벌 탄원 등을 들어 애초 벌금보다 높은 1000만원을 구형했다.
여기서 핵심 원칙이 등장한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가 정한 '형종 상향 금지'다.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원래 이 조항은 '불이익변경 금지'였다가 2017년 개정으로 '형종 상향 금지'로 바뀌었다. 차이가 중요하다. 개정 전에는 벌금 액수조차 올릴 수 없었지만, 지금은 형의 '종류'만 못 올린다. 즉 벌금형이었던 것을 징역형으로 바꿀 수는 없어도, 벌금 액수 자체는 300만원보다 높아질 수 있다. 검찰이 1000만원을 구형한 것도 이 틀 안에서 벌금을 올려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정리하면, 피고인 혼자 정식재판을 청구한 이 사건에서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대치는 무거운 벌금이지 징역이 아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실형을 맞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달리, 이 구조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토킹이 원래 벌금만 나오는 범죄라는 뜻은 아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스토킹범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흉기 등을 이용하면 5년 이하 징역으로 형이 올라간다. 실형도 얼마든지 가능한 범죄다.
다만 실형으로 가는 길은 이번 사건의 절차와 다르다. 검사가 처음부터 약식명령이 아니라 정식으로 기소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같은 잠정조치를 어긴 경우, 재범이거나 피해가 중대한 경우에 법원이 징역형을 택하는 사례가 나온다. 같은 스토킹이라도 어떤 절차를 타고 재판에 올라왔느냐가 선고 가능한 형의 범위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만 해도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상 1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쳤다는 점을 떠올리면, 형의 상한 자체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이 사건을 볼 때 기억해 둘 기준은 두 가지다. 구형 액수는 결과가 아니라 검찰의 요구라는 것, 그리고 형의 무게를 가늠하려면 형량 자체보다 이 사건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인지 정식기소 사건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가 결과의 상한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