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확정되지 않은 형사 판결문의 실명 공개를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이 열람을 금지한 게 아니라 규율을 비워둔 공백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확정 전 판결문에도 정보공개 청구의 길이 열릴 여지가 생겼다. 다만 지금 당장 실명 열람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어서, 확정 여부와 서울중앙지법의 재검토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17일 참여연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형사 1심 판결문의 실명 공개를 요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거부한 처분을 위법으로 본 것이다.
이 소송의 대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문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소송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법원은 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가지 먼저 짚어둘 점이 있다. 이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오늘 당장 누구나 미확정 판결문을 실명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이어 정리한다.
Photo by Justin Morgan on Unsplash
핵심 쟁점은 형사소송법 조항의 해석이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5조, 제59조의3, 제294조의4가 "열람·등사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 일정한 경우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라고 봤다.
그동안 법원 실무는 일반 국민이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열람할 별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해왔다. 재판부는 이런 태도를 '금지'가 아니라 '규율의 공백'으로 재해석했다. 법에 하지 말라고 적혀 있어서가 아니라, 관련 규정을 미비한 상태로 비워둔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일반 국민이 어떤 경우에도 이유를 막론하고 미확정 판결문을 절대적으로 열람·등사할 수 없다는 결론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헌법적 관점을 간과한 해석을 판결로 고수하면 재판소원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현재 일반 국민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대법원의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첫째, 확정된 사건만 대상이다. 형사 사건은 2013년 1월 1일 이후 확정된 판결서, 민사·행정·특허 사건은 2015년 1월 1일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1월 1일 이후 선고된 판결서를 검색해 열람할 수 있다.
둘째, 실명이 아니라 비실명 처리된 형태다. 사건관계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같은 개인정보는 가려서 공개한다. 열람·복사 수수료는 판결서 1건당 1000원이다.
정리하면,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건의 판결문은 애초에 이 인터넷 열람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 소송이 겨눈 지점이 바로 이 공백이다.
판결이 확정됐는지 여부가 공개의 문을 여닫는 첫 번째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된다.
확정된 뒤에는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비실명 판결서를 누구나 볼 수 있다. 반면 확정 전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일반 국민에게 열려 있는 통로가 사실상 없었다. 이번 판결은 그 확정 전 단계에도 정보공개 청구라는 경로가 막혀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확정 판결문을 실명으로 볼 수 있는 걸까. 여기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가 명령한 것은 '공개하라'가 아니라 '거부 처분이 위법하니 다시 판단하라'에 가깝다.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중앙지법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 등을 검토해 공개 여부와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
재판 결과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입장이라면 다음을 구분해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또 하나, 이번 판결은 1심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상소하면 결론이 상급심에서 다시 다뤄질 수 있다. 판결 자체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반 시민이 미확정 판결문을 실명으로 열람하는 절차가 곧바로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결과를 당장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 해당 사건이 확정됐는지부터 확인하고 확정된 사건은 인터넷 열람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미확정 사건은 정보공개 청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후속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