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커졌다. 대법관 한 자리가 다섯 달 넘게 비어 있는 가운데 인선까지 밀리면 연 4만 건이 넘는 상고심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 상고심 당사자라면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으로 본인 사건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후보가 누구냐가 아니라, 제청이 이뤄진 방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8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그런데 대통령을 예방하거나 사전에 협의하는 그동안의 관례를 건너뛰고 서면으로 통보하는 형식을 택했다.
청와대는 손봉기 부장판사 대신 김민기 부장판사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후임 대법관 제청은 반년 가까이 미뤄져 있던 상태였다. 여권 관계자는 사전 조율 없는 서면 제청을 두고 "헌정사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했고, 청와대는 손 부장판사 제청을 반려하고 김성수 부장판사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원장에게 두고 있다. 절차상 누가 후보를 고르는 권한을 갖느냐는 분명하지만,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제출과 국회 동의를 거쳐야 실제 임명이 된다. 즉 한쪽이 밀어붙인다고 곧바로 임명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조율이 막히면 그만큼 자리가 비는 기간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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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대법관 13명(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포함) 체제로 사건을 4명씩 묶은 소부(1~3부)와 전원합의체로 나눠 심리한다. 한 자리가 비면 그 소부가 3명 체제로 돌아가고, 남은 대법관들이 나눠 맡는 사건 수가 늘어난다.
공석은 이미 상당 기간 이어졌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3월 3일 퇴임한 뒤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7월 중순 기준으로 공백이 135일을 넘겼다. 상고심에는 해마다 4만 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된다. 심리할 사람은 줄고 들어오는 사건은 그대로면, 개별 사건이 대법관 앞에 놓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구조적으로 예정된 결과다.
여기에 인력 배치 변수도 겹쳤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노경필 대법관이 행정처장을 맡으면서 그가 속했던 소부가 당분간 3명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혜경 여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 관련 특수교사 사건처럼 이름이 알려진 사건들도 새 대법관이 임명될 때까지 심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 상황은 공석 하나에 인선 지연이 포개진 형태다. 제청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질수록 새 대법관이 자리에 앉는 시점도 뒤로 밀린다. 임명동의안 제출과 국회 인사청문·표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등이 오늘 봉합되더라도 실제 심리 정상화까지는 여유를 둬야 한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확정이 아니라 전망이다. 상고심 지연이 모든 사건에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쟁점이 단순하거나 하급심 판단이 명확한 사건은 비교적 빨리 정리되기도 하고,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 오히려 먼저 결론 나는 경우도 있다. 내 사건이 얼마나 밀릴지는 사건의 종류와 배당된 소부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론만으로 짐작하기는 어렵다.
체감할 수 없는 지연을 걱정하기보다, 본인 사건의 실제 진행 단계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낫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은 회원가입이나 공동인증서 없이 쓸 수 있는 무료 서비스다.
확인 순서는 이렇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나의 사건검색으로 들어가 사건이 있는 법원(상고심이면 대법원)을 고르고, 사건번호를 연도와 사건부호, 번호 순으로 입력한다. 형사 상고사건은 '도', 민사 상고사건은 '다'처럼 부호가 다르니 판결문이나 소송 서류에 적힌 번호를 그대로 넣으면 된다. 이어 당사자 이름과 보안문자를 입력하면 접수·배당·기일 지정·선고 등 진행 경과가 시간순으로 나온다.
특히 '배당'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를 보면 사건이 어느 소부로 넘어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아직 배당 전이라면 심리 순서를 기다리는 단계이고, 이 시기 지연에 공석과 인선 변수가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상고를 준비 중인 단계라면, 상고 제기 기간(판결문 송달 후 정해진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먼저다. 인선을 둘러싼 뉴스와 별개로, 내가 지킬 기한과 확인할 단계는 스스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