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량 등 공공시설의 관리 하자로 사고가 나면 국가배상법 제5조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무과실로 배상 책임을 진다. 다만 책임 인정 여부는 위험 정도에 걸맞은 방호조치를 다했는지, 사고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는지로 갈린다. 배상을 청구하려면 사고 당시 안전시설이 없었다는 점과 관리 주체를 입증할 자료를 사고 직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난간 없는 다리나 방호울타리 없는 도로에서 떨어졌다면, 배상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다. 도로·하천 같은 공공의 영조물을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데 하자가 있어 손해가 생기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관리 주체가 "손해를 막으려고 주의를 다했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책임을 벗지 못한다. 민법상 공작물 책임과 달리 국가배상법에는 점유자 면책 규정이 없다. 대신 책임이 성립하려면 시설에 '하자'가 있어야 한다는 문턱이 있다. 그래서 다툼의 대부분은 시설이 안전했느냐가 아니라, 그 하자가 있었느냐에서 갈린다.

Soma Stilling
판례가 말하는 하자는 시설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핵심은 위험의 크기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관리자가 했는지다. 법원은 시설의 설치 목적, 설치 장소의 현황, 이용 상황을 종합해 판단한다.
예산이 부족했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재정 사정은 참작 사유일 뿐 면책 근거가 아니다. 실제로 지자체 소유 도로에 방호울타리가 없어 차량이 수로로 추락한 사건에서 법원은 지자체 책임을 40%로 인정했고, 제방도로에 추락방지 난간이나 경고 표지판을 두지 않은 경우에도 배상책임을 물었다.
다만 한계도 있다. 사고 지점의 위험을 시간적·장소적으로 예견하거나 피할 방법이 관리 범위를 벗어나 없었다면 하자로 보지 않는다. 도로법상 정식 도로가 아니어도 지자체가 사실상 관리하고 있었다면 책임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관리 주체가 사고 후에야 난간이나 울타리를 세우는 경우가 있다. 사후 설치가 곧바로 과거의 하자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자는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요구되던 안전조치를 했는지로 따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조건이라면 피해자에게 유리한 정황은 된다. 사후에 설치가 실제로 가능했다는 사실은, 사고 전에도 그 조치를 할 수 있었다는 '회피가능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위험이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 방치했다는 정황과 겹치면 하자 인정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관리 하자 사건은 사고 당시 상태를 되돌려 보여주는 자료 싸움이다. 현장이 정비되기 전에 증거를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보행자나 운전자 본인의 부주의가 겹치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지자체 책임이 40%로 정해진 것도, 나머지 60%는 피해자 측 사정으로 본 결과다. 그래도 위험한 시설을 방치한 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구를 검토한다면 사고 초기 기록부터 남겨 두는 것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