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은 강도가 사람을 살해한 강도살인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규정해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 출발선이 높다. 유기징역이 나오려면 자수·합의·심신미약 같은 감경사유가 별도로 인정돼야 하고, 살해 고의 여부에 따라 강도살인과 강도치사가 갈린다. 범행 장소가 국내라면 피의자가 외국인이라도 속지주의에 따라 같은 조문이 적용되는지 확인해 두면 판결을 이해하기 쉽다.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사람을 해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형량이 얼마나 될지부터 궁금해진다. 답의 절반은 죄명에 이미 정해져 있다. 강도가 사람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가 아니라 형법 제338조의 강도살인죄가 적용되는데, 이 조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이다.
일반 살인죄는 다르다. 형법 제250조는 살인을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한다. 유기징역이라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열려 있다는 뜻이다. 같은 죽음이라도 강도 과정에서 벌어졌는지 여부가 형량의 바닥을 완전히 바꾼다.
| 항목 | 강도살인(제338조) | 살인(제250조) |
|---|---|---|
| 사형 | 가능 | 가능 |
| 무기징역 | 가능 | 가능 |
| 유기징역 | 법정형에 없음 | 5년 이상 가능 |
표에서 보이듯 강도살인에는 유기징역이라는 칸 자체가 없다. 재산을 노린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을 더 무겁게 본 입법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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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강도살인으로 유기징역이 선고되는 경우는 왜 나올까. 법정형에 없는 형을 선고하려면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이 있어야 한다. 자수, 유족과의 합의, 심신미약, 범행 가담 정도가 낮은 종범 등이 대표적인 감경사유다. 이런 사정이 인정되면 무기징역이 유기징역으로 한 단계 내려올 수 있다.
반대로 감경사유가 없으면 판사가 선택할 수 있는 형은 사형과 무기징역 둘뿐이다. 도박빚 같은 개인적 동기나 치밀한 계획성은 이 안에서 형을 무겁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지, 유기징역이라는 새 선택지를 열어 주지는 않는다. 동기가 나쁘다고 해서 없던 형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무거운 형 안에서 사형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구조다.
한 가지 더. 강도살인은 살해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재물을 빼앗다가 폭행이 지나쳐 피해자가 사망했지만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다면 강도치사죄가 될 수 있고, 이때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유기징역이 가능해진다. 수사와 재판에서 고의를 다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의자가 외국인이면 처벌이 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범행 장소가 대한민국이라면 국적은 형량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 형법 제2조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우리 형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속지주의라고 부르는 원칙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벌어진 강도살인이라면 외국인 피의자에게도 제338조가 그대로 적용되고, 감경사유를 따지는 방식도 같다. 다만 언어 조력이나 통역, 신병 처리 절차에서 차이가 생길 수는 있고, 형이 확정된 뒤 본국으로의 이송 문제가 별도로 논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집행 단계의 문제일 뿐, 처벌의 근거 조문과 형량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두면 관련 사건 보도를 볼 때 혼란이 줄어든다.
정리하면, 강도살인이라는 죄명이 확정되는 순간 형량의 바닥은 무기징역으로 정해진다. 이후 뉴스에서 유기징역이 언급된다면 감경사유가 인정됐거나 죄명이 강도치사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먼저 떠올려 보는 편이 사건을 정확히 읽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