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전 감독 아들 집 홈캠 녹음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1심 무죄를 뒤집고 전 처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재판부가 본 사실관계는 같았지만, 녹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두고 정당행위 인정 여부가 갈렸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 녹음은 목적이 정당해도 녹화만으로 충분했는지 같은 보충성에서 유무죄가 나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류중일 전 야구감독 아들 부부의 신혼집에 녹음 기능이 있는 홈캠을 설치한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4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들의 전 장인(66)과 전 처남(33)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11-3부는 8월 14일 1심을 파기하고 처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장인은 2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두 재판부가 본 사실관계는 사실상 같았다. 갈린 것은 "녹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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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홈캠이 설치된 집의 성격에 무게를 뒀다. 자녀 부부의 공동명의였지만 별거로 아무도 살지 않았고, 이혼 과정에서 짐을 챙기러 드나드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보안이나 사고 방지를 위해 홈캠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봤다.
핵심은 고의였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타인의 대화나 비밀을 녹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홈캠의 목적을 감시가 아니라 관리에 가깝다고 읽은 셈이다.
항소심은 같은 홈캠을 다르게 읽었다. 재판부는 녹화뿐 아니라 녹음 기능이 있는 기기를 설치하고 그 기능을 켜 둔 이상 녹음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어떤 기기를 골라 어떻게 설정했는지 자체가 고의를 드러낸다는 논리다.
정당행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남은 "누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녹음까지 할 필요는 없었고 녹화만으로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과했다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와 제14조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 내가 낀 대화를 녹음하는 것과, 남들끼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다. 후자는 처벌 대상이고, 이 죄는 1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이라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장인과 처남은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홈캠이 담은 것이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 그 녹음이 정당행위로 면책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 항소심은 1심을 백지에서 다시 하는 재판이 아니다. 사실관계 자체보다, 같은 사실에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서 결론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처럼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려면 대체로 다음 중 하나가 성립한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은 정당행위의 보충성을 걸어 판단을 뒤집었다. 반대로 장인의 공모 혐의는 1심과 2심 모두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마다 증거의 무게가 다르면 결론이 갈린다는 뜻이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이 아니며, 상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에서 다시 다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