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은 검사가 법원에 형을 요청하는 의견일 뿐 확정된 형이 아니며, 실제 형량은 선고일에 법원이 양형 요소를 따져 정한다. 집행유예 여부도 구형량이 아니라 법원이 선고하는 형이 3년 이하인지에 달려 있어 구형 숫자만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 김오진 전 차관 사건처럼 선고일이 따로 잡혀 있다면, 구형인지 선고인지부터 구분해 읽어야 한다.

뉴스에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는 문장을 보면 이미 5년형이 확정된 것처럼 읽히기 쉽다. 하지만 구형은 검사가 법원에 "이 정도 형이 맞다"고 요청하는 의견일 뿐, 피고인에게 내려진 형이 아니다. 실제 형량은 재판부가 따로 정하고, 그날이 선고일이다.
10월 26일 김건희 특검팀은 관저 이전 공사 의혹으로 기소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경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면허 없는 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약 16억원을 편취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결론은 구형한 날이 아니라 선고일인 11월 20일에 나온다. 그때까지 '5년'은 확정된 숫자가 아니다.

Aibek Skakov
구형의 주체는 검사다. 수사와 공소를 맡은 검사가 결심공판에서 형을 제시한다. 반면 선고의 주체는 법원이다. 중요한 건 법원이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형보다 낮게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통계적 인상이지 법으로 정해진 비율이 아니다. 법원은 구형과 다르게, 때로는 더 무겁게도 판단할 수 있다.
같은 날 함께 구형받은 피고인들의 숫자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황모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은 징역 5년, 공사를 맡은 업체 대표는 징역 3년이 구형됐다. 역할과 책임이 다르면 검사의 요청도 달라지고, 법원의 판단은 또 그 위에서 갈린다.
재판부는 형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참고한다. 다만 이 기준은 권고적 성격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법관이 기준을 벗어나 선고할 수는 있지만, 그럴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범행의 수법과 피해 규모, 피해 회복 여부, 피해자의 처벌 의사, 반성 정도, 전과 유무 같은 요소가 종합된다. 같은 혐의라도 피해를 돌려주고 합의했는지, 전에 같은 범죄가 있었는지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 구형량 하나만 보고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는 또 다른 문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일 때, 그리고 참작할 사정이 있을 때 가능하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3년은 구형량이 아니라 법원이 실제로 선고하는 형이다.
그래서 징역 5년이 구형됐더라도, 법원이 3년 이하로 선고하면서 유예 사유를 인정하면 집행유예가 될 수 있고, 그보다 무겁게 보면 실형이 된다. 다만 법정형이 높은 범죄는 감경 없이는 애초에 집행유예 범위로 내려오기 어렵다. 구형량만으로 "집행유예겠지" 또는 "실형이겠지"를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형 단계 기사를 과하게 해석하지 않으려면 아래를 구분하면 된다.
구형은 재판의 중간 장면이지 결말이 아니다. 숫자가 크게 보도될수록, 그것이 검사의 주장인지 법원의 판단인지부터 가려 읽는 편이 사건을 정확히 따라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