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노태우 일가 비자금 의혹을 다시 수사하면서 오래된 사건의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공소시효는 죄명이 아니라 법정형의 무게로 기간이 정해지고, 기소나 국외 도피 같은 사유가 생기면 진행이 멈추며, 위법 상태가 이어지는 범죄는 기산점이 늦춰질 수 있다. 내 사건의 시효를 따질 때는 법정형과 범죄행위 종료 시점, 정지 사유가 있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이른바 '안방 비자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026년 9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세 번째 소환 조사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계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공개된 '김옥숙 메모'다.
의혹의 뿌리는 오래됐다. 1994년 미국으로 들어간 20만 달러와 다이아몬드 수수 의혹은 당시에도 조사가 있었고, 노 관장은 20만 달러를 결혼식 축의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고발인 측이 추산한 은닉 비자금 규모는 1266억 원대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이렇게 오래된 일도 처벌할 수 있을까. 답의 핵심은 공소시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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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는 범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게 되는 제도다. 기간은 죄명이 아니라 그 죄에 매겨진 법정형의 무게로 정해진다. 형사소송법 제249조가 정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법정형 | 공소시효 |
|---|---|
| 사형 | 25년 |
| 무기징역·무기금고 | 15년 |
| 장기 10년 이상 징역·금고 | 10년 |
| 장기 10년 미만 징역·금고 | 7년 |
| 장기 5년 미만 징역·벌금 등 | 5년 |
같은 이름의 범죄라도 적용 법률에 따라 시효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반 사기는 시효가 10년이지만 피해액이 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면 형이 무거워지고 시효도 그만큼 길어진다. 비자금·횡령 사건처럼 금액이 큰 경제범죄에서 시효가 길게 잡히는 이유다.
시효는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사유가 생기면 진행이 멈춘다. 이를 시효 정지라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세 가지다. 첫째, 검사가 기소하면 그 순간 시효가 멈춘다. 둘째, 공범 중 한 명이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의 시효도 함께 멈춘다. 셋째, 범인이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머무르면 그 기간만큼 시효가 정지된다.
특히 세 번째가 오래된 사건에서 자주 문제 된다. 다만 해외 체류가 곧바로 정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단순히 해외에 오래 살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산 은닉이 시효 계산에서 쟁점이 되는 지점이 여기다.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범죄행위가 끝난 때부터 진행한다. 위법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유형의 범죄라면, 그 상태가 종료된 시점이 기산점이 될 수 있다.
이 원칙을 재산 은닉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다. 어떤 죄명으로 의율하느냐, 은닉 행위를 일회성으로 보느냐 지속된 상태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이 부분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검찰이 오래된 자금을 지금 들여다볼 수 있는 논리적 통로가 이런 기산점·정지 규정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반 사건에 적용해 보면 확인 순서는 단순하다.
한 가지 오해도 짚어두자. 고소나 고발을 했다고 시효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라면 고소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의 기소까지 이뤄져야 처벌로 이어진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효가 끝나면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노태우 일가 사건이 30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오른 것도 이 규칙들의 조합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최종 판단은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오래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